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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2.5.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세종시 관가가 뒤숭숭하다. 일부 부처의 승진 적체 현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형평성 시비로까지 번지며 공직사회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외청이나 지방청의 비중이 큰 부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5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승진 및 정기전보 일정 내부공지를 통해 올해 6급 이하 승진자 수를 전년보다 961명 줄어든 850명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승진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6급 이하 승진자 규모를 1809명으로 밝힌 뒤 실제로는 이보다 2명 많은 1811명을 승진시켰다.
국세청은 6급 이하 승진자를 대폭 감축하는 배경으로 휴직인원 및 복직인원 변동을 들었다. 복직인원 증가분이 휴직인원 감소분을 웃돌면서 승진 자리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부가 내년까지 국가공무원 정원을 약 5000명 감축하기로 한 점도 작용했다. 국세청이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올해 11월 기준 정원은 지난해보다 165명 줄어든 반면 현원은 386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년 대비 휴직인원은 142명 감소했으나 복직인원은 134명 증가했다.
직급별로 보면 6급 승진의 경우 142명(정원 감소분 68명+현원 증가분 74명)의 승진 감소 요인이 발생했다. 7급은 6급 승진 감소분에 242명(정원 감소분 41명+현원 증가분 201명)을 더한 384명이 감소 요인이었다.
8급은 7급 감소분에 166명(정원 감소분 55명+현원 증가분 111명)을 더한 총 550명의 승진 감소가 일어났다. 당해 직급의 승진인원 감소는 하위 직급의 승진 감소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의 '압정형' 조직 구조가 하위 직급 인사 적체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지방청을 거느리는 국세청은 상위 직급은 적고, 하위 직급은 많은 대표적인 압정형 조직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전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른 행정업무 대응을 위해 8·9급 하위직 공무원 수가 대폭 늘었던 고용부의 경우 한정된 승진 정원(TO)에 대기자가 넘치면서 승진 길이 꽉 막혔다. 오죽하면 '6년이 지났어도 항상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사이 고용부 전체 승진 건수는 2018년 981건에서 2019년 1032건, 2020년 1054건, 2021년 1418건으로 정점을 찍는 등 증가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461건으로 급감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229건까지 떨어졌다.
특히 하위직인 '8급에서 7급'으로의 승진 적체가 심각했다.
2021년 583건(상반기 428명)에서 지난해 56명(상반기 49명)으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아예 1건으로 승진 길 자체가 막혔다.
'9급에서 8급' 승진자도 2021년 440건에서 2022년 185건, 올 상반기에는 123건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이전 정부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하위직 공무원 채용 확대가 꼽힌다. 5·7·9급 공무원 채용은 이전 정부인 2018년 514명, 2019년 674명, 2020년 225명, 2021년 1189명, 2022년 573명으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병한 첫 해인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평균 500명 이상 늘었다.
여기에 기업 단속을 위해 7급 근로감독관을 대거 채용하면서 7급 정원(TO)은 확 줄었다. 2022년 11월 하위직급들이 주로 담당하던 국민취업 지원사업이 종료되면서 전체 정원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그 수는 170여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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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일원에서 정부부처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
현 정부의 예산 감축 기조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부처별 인건비 예산 총액을 제한하면서 국가공무원 정원 감축도 추진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승진 자리를 만들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쯤 되자 하위직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인 급여에 승진 길까지 막혀버린 상황에서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도 심화하고 있다.
박대수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 임용 이후 재직 5년 미만인 고용부 직원 중 의원면직(자발적 사직)자 수는 2017년 143명, 2021년 243명으로 4년 만에 70%(100명)나 급증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밝힌 '입직 3년 차 이하' 퇴직자 수도 2018년 5200여 명에서 2021년 9900여명으로 불과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부(部)로 승격한 국가보훈부에서도 하위직 인사적체는 해묵은 문제다.
이는 국가보훈처부의 조직체계에 기인하는데, 본부보다 보훈지청과 지방청의 비중이 크다 보니 하위직이 많아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직원 1400여명 중 6급 이하가 1100명이다. 반면 5급 이상은 무려 300명이다.
당연히 5급 이상 승진이 빠를 수밖에 없는 조직 구조다. 이렇다보니 관가에서는 전체 부처 가운데 서기관 승진이 6.3년으로 가장 짧다고 한다. 보통 다른 부처는 10년쯤 걸린다.
실제 지난 2월 이뤄진 인사에서도 4급 승진자는 8명, 5급 승진자는 21명이었지만 6급 승진자는 한명도 없었다. 이후 6월 부(部) 승격 이후에야 35명이 6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한 직원은 "쉽게 얘기해 이전 정부 때 4년이면 승진했다고 하면, 지금은 6년이 지나도 제자리"라며 "서기관급(4급) 이상 고위직보다는 하위직 직원들 사이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내 직장협의회에서도 계속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공무원 커뮤니티 같은 곳에도 직원들의 인사 불만 관련한 게시 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