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전호제 셰프는 성균관대 졸업 후 경주호텔학교에서 한식을 전공한 뒤,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최고의 요리학교로 '요리계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서양요리를 공부했다. 뉴욕의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닐모리동동', '몽상드애월'을 기획하고 총괄 운영했다. 현재 HMR 전문 브랜드 띵쿡의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추울수록 찾게 되는 무의 비밀

추운 겨울 집으로 돌아와 간편하게 옷을 갈아입다 보면 내 몸과 옷 사이에는 온기가 가득 들어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이 이런 따뜻함을 주는 것이리라.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엔 그 소중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내가 군 생활을 하던 90년대는 아직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는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야채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위해 땅을 파고 무를 저장했다. 어느 날 선임하사의 소집 아래 목장갑을 끼고 취사장 옆 땅을 팠다.
추운 겨울 집으로 돌아와 간편하게 옷을 갈아입다 보면 내 몸과 옷 사이에는 온기가 가득 들어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이 이런 따뜻함을 주는 것이리라.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엔 그 소중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내가 군 생활을 하던 90년대는 아직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는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야채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위해 땅을 파고 무를 저장했다. 어느 날 선임하사의 소집 아래 목장갑을 끼고 취사장 옆 땅을 팠다.

겨울나기의 시작, 김장

운이 좋게도 전라도 이모와 삼촌의 김치를 조금씩 받아먹는다. 이렇게 몇포기씩 택배로 받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치를 보내주시는 분들은 연세가 많으시니 항상 '이번 김치까지만' 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대한민국에서 김치를 직접 만들어본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주 김장 축제를 하는 농산물 시장에 가보니 카트에 생배추를 싣고 있는 분들은 60대 노부부가 대부분이었다. 무와 배추를 가득 실은 쇼핑카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녹색 얼룩이 가
운이 좋게도 전라도 이모와 삼촌의 김치를 조금씩 받아먹는다. 이렇게 몇포기씩 택배로 받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치를 보내주시는 분들은 연세가 많으시니 항상 '이번 김치까지만' 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대한민국에서 김치를 직접 만들어본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주 김장 축제를 하는 농산물 시장에 가보니 카트에 생배추를 싣고 있는 분들은 60대 노부부가 대부분이었다. 무와 배추를 가득 실은 쇼핑카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녹색 얼룩이 가

'K견과류' 은행열매의 부활

요즘 집 근처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나오는 노란색 잎이 장관이다.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황금빛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이때를 놓칠세라 11월까지 전국 각지의 은행나무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500년 정도 수령의 커다란 나무군락부터 황금빛 터널을 만드는 산책로까지 다양한 형태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동네 어디든 은행나무는 마을의 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많다.멋진 경관과 함께 은행나무는 맛있는 열매를 생산
요즘 집 근처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나오는 노란색 잎이 장관이다.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황금빛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이때를 놓칠세라 11월까지 전국 각지의 은행나무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500년 정도 수령의 커다란 나무군락부터 황금빛 터널을 만드는 산책로까지 다양한 형태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동네 어디든 은행나무는 마을의 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많다.멋진 경관과 함께 은행나무는 맛있는 열매를 생산

갯벌이 주는 감칠맛

봉골레파스타에는 계절마다 수급이 가능한 조개류를 쓰지만 바지락이 빠지지 않는다. 바지락에는 속은 검은 펄로 가득 찼지만 겉보기는 멀쩡한 것이 들어가 있다. 이런 가짜 조개를 솎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주 가끔 골라내지 못한 펄조개가 한창 볶고 있는 봉골레에서 터지기도 한다. 그날 조개 손질 당번은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조개 손질 일이 떨어지면 하나씩 조개를 스티로폼 박스 안에 던져 보거나 고무장갑을 끼고 조개끼리 빨래하듯 문질러야 한
봉골레파스타에는 계절마다 수급이 가능한 조개류를 쓰지만 바지락이 빠지지 않는다. 바지락에는 속은 검은 펄로 가득 찼지만 겉보기는 멀쩡한 것이 들어가 있다. 이런 가짜 조개를 솎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주 가끔 골라내지 못한 펄조개가 한창 볶고 있는 봉골레에서 터지기도 한다. 그날 조개 손질 당번은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조개 손질 일이 떨어지면 하나씩 조개를 스티로폼 박스 안에 던져 보거나 고무장갑을 끼고 조개끼리 빨래하듯 문질러야 한

사라져가는 밤의 매력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서 책가방과 도시락을 놓고는 동네 뒷산을 친구들과 뛰어다녔다. 군데군데 밤나무 아래에 떨어진 누런 밤송이는 말라가고 가끔은 작은 열매를 품고 있었다.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기에는 늦은 시각이라 집으로 돌아오면 커다란 냄비 안에 밤 삶는 냄새가 났다. 특별한 간식 대신 삶은 밤이면 저녁까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땐 익은 밤을 앞니로 반으로 쪼개 작은 숟가락으로 파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먹다 보면 밤껍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서 책가방과 도시락을 놓고는 동네 뒷산을 친구들과 뛰어다녔다. 군데군데 밤나무 아래에 떨어진 누런 밤송이는 말라가고 가끔은 작은 열매를 품고 있었다.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기에는 늦은 시각이라 집으로 돌아오면 커다란 냄비 안에 밤 삶는 냄새가 났다. 특별한 간식 대신 삶은 밤이면 저녁까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땐 익은 밤을 앞니로 반으로 쪼개 작은 숟가락으로 파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먹다 보면 밤껍

알고 보면 발 넓은 녹두 문화

녹두에 대한 관심은 모두 주변 베트남 친구들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쩨'(Chè)라고 하는 녹두 음료를 만들어 왔다. 달콤한 두유처럼 보였는데 여기에 다양한 젤리를 직접 만들어 함께 먹는다.모두 베트남 출신 엄마들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가운데도 직접 녹두를 삶아 갈아서 커다란 보랭병에 넣어 가지고 왔다. 올여름은 시원한 쩨를 먹으며 찜통 같은 주방의 더위를 이겨낸 셈이다. 돌아가면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오는 걸 보면
녹두에 대한 관심은 모두 주변 베트남 친구들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쩨'(Chè)라고 하는 녹두 음료를 만들어 왔다. 달콤한 두유처럼 보였는데 여기에 다양한 젤리를 직접 만들어 함께 먹는다.모두 베트남 출신 엄마들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가운데도 직접 녹두를 삶아 갈아서 커다란 보랭병에 넣어 가지고 왔다. 올여름은 시원한 쩨를 먹으며 찜통 같은 주방의 더위를 이겨낸 셈이다. 돌아가면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오는 걸 보면

후추와 관세 시대

요즘 관세에 대한 뉴스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들썩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향신료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든다.아마도 후추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일 것이다. 가까운 베트남은 최대 후추 수출국이고 인도와 브라질도 그 뒤를 따른다. 이 나라들이 모두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다.높은 관세율을 받은 후추 수출국들이런 상황을 보면 가격은 좀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어느 정도 양은 미리 주문했다. 보통 양식당에서는 통후추를
요즘 관세에 대한 뉴스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들썩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향신료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든다.아마도 후추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일 것이다. 가까운 베트남은 최대 후추 수출국이고 인도와 브라질도 그 뒤를 따른다. 이 나라들이 모두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다.높은 관세율을 받은 후추 수출국들이런 상황을 보면 가격은 좀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어느 정도 양은 미리 주문했다. 보통 양식당에서는 통후추를

북극해의 자연을 담은 '핼리벗'

동네 횟집에는 손바닥 두 개만 한 광어가 차곡차곡 겹쳐 있다. 광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횟감 중 하나다.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맛이 날로 먹기엔 좋으나 구이로는 잘 먹지 않는다. 서양식 스테이크로는 어느 정도 씹는 감이 있는 육질이 있어야 하는데 광어는 구웠을 때 이런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스테이크용으로 1% 부족한 광어지난주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핼리벗'(Halibut)이라는 생선이다. 한국에서는 수입산으로만 접할 수 있지만 미국, 유
동네 횟집에는 손바닥 두 개만 한 광어가 차곡차곡 겹쳐 있다. 광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횟감 중 하나다.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맛이 날로 먹기엔 좋으나 구이로는 잘 먹지 않는다. 서양식 스테이크로는 어느 정도 씹는 감이 있는 육질이 있어야 하는데 광어는 구웠을 때 이런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스테이크용으로 1% 부족한 광어지난주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핼리벗'(Halibut)이라는 생선이다. 한국에서는 수입산으로만 접할 수 있지만 미국, 유

8월의 과일 '복숭아'

이번 주 마트에 가 보니 한창 복숭아철임을 실감하게 된다. 판매대 여기저기 황도, 백도, 천도복숭아가 다양하다. 요즘은 품종 옆에 '말랑이'나 '딱딱이'로 식감을 쉽게 설명하는 듯하다. 당도 표기도 잘 돼 고르기는 한결 수월하다.미국에 있을 땐 우리나라 복숭아를 먹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부드러운 복숭아는 유통이 어렵고 쉽게 물러 구하기 어려웠다. 그럴 땐 흔했던 천도복숭아로 만족해야 했다.복숭아 중에는 특별한 야생 복숭아도
이번 주 마트에 가 보니 한창 복숭아철임을 실감하게 된다. 판매대 여기저기 황도, 백도, 천도복숭아가 다양하다. 요즘은 품종 옆에 '말랑이'나 '딱딱이'로 식감을 쉽게 설명하는 듯하다. 당도 표기도 잘 돼 고르기는 한결 수월하다.미국에 있을 땐 우리나라 복숭아를 먹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부드러운 복숭아는 유통이 어렵고 쉽게 물러 구하기 어려웠다. 그럴 땐 흔했던 천도복숭아로 만족해야 했다.복숭아 중에는 특별한 야생 복숭아도

'쓰고 단 여주의 변신'

35도가 넘는 열기가 가게 안을 달군다. 잘 돌아가던 에어컨이 갑작스럽게 멈춰버리자, 손님들 사이를 오가던 직원들도 높아진 실내 온도에 힘든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바깥의 열기가 밀려 들어와 실내 온도는 점점 올라갔다.점심시간에 손님들은 덥다 춥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럴 때는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 시원한 자리 혹은 냉기가 덜한 자리로 안내해야 한다. 사람마다 '편안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점심
35도가 넘는 열기가 가게 안을 달군다. 잘 돌아가던 에어컨이 갑작스럽게 멈춰버리자, 손님들 사이를 오가던 직원들도 높아진 실내 온도에 힘든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바깥의 열기가 밀려 들어와 실내 온도는 점점 올라갔다.점심시간에 손님들은 덥다 춥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럴 때는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 시원한 자리 혹은 냉기가 덜한 자리로 안내해야 한다. 사람마다 '편안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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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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