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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앱, 한국만 불법]④해외는 뛰는데…게임위 '사행성 타령'만

P2E·M2E에 '게임법' 잣대 들이대는 게임위…"어느 시대인데"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연구결과 나왔는데 '요지부동'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4-28 06:15 송고 | 2022-04-28 09:27 최종수정
편집자주 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을 넘어 2010년대 블록체인 혁명이 도래하면서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웹 3.0 시대가 열렸다.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린 P2E(Play to Earn)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움직이면 돈버는' M2E(Move to Earn)까지 등장해 이른바 '돈버는 앱'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바다이야기의 트라우마'에 갇혀 현금화의 'ㅎ'자만 들어가도 '사행성 노이로제'에 빠져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P2E가 불법인 곳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 자원도 없이 사람과 기술로 먹고 살아야하는 한국이 웹3.0이라는 거대한 기술변천에서 '나홀로 왕따' 신세가 계속된다면 '미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골든타임'을 더 놓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때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건물 외경 (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 뉴스1

"게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M2E(Move to Earn·운동하고 돈벌기) 서비스 '스테픈'을 두고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밝힌 말이다. 만약 스테픈이 '게임'으로 인정된다면, 가상 재화의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는 게임법에 따라 퇴출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만3000명에 달하는 한국 스테픈 이용자들은 황당함을 표한다. 스테픈을 놓고 게임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상황이 로제떡볶이를 두고 한식인지, 양식인지 답을 내겠다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로제떡볶이는 한식과 양식이 합쳐진 '퓨전 음식'이다. 스테픈은 게임과 암호화폐가 연동된 '웹 3.0' 서비스다. 새로운 산업을 과거의 법에 가둬 '성장 동력'을 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운동하고 돈버는' 스테픈…게임위 조사 착수

스테픈은 호주의 한 핀테크 스튜디오가 지난 2월 국내 출시한 '운동하고 돈버는 앱'이다. 이용자가 150만원 상당의 운동화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구매하고 야외에서 달리기를 하면 10분당 3만~5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

스테픈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글로벌 일일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10만명에서 현재 40만명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테픈 토큰 'GMT'는 지난달 개당 1000원 수준에서 현재 4000원대까지 올랐다. 글로벌 열풍과 함께 스테픈 한국 공식 카페에도 1만33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논란은 지난 21일 게임위가 스테픈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스테픈이 앱마켓에서 건강·운동앱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상 게임같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게임위는 조사에 들어갔다. 현행 게임법은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을 '불법 게임물'로 정의하고 있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Stepn 홈페이지 갈무리) 2022.04.20 /뉴스1

◇ 언제까지 '게임법' 타령만?


'돈버는 앱'에 대한 게임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엔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라는 이른바 P2E(Play to Earn·돈버는 게임) 서비스가 게임위 조사를 받았다. 해당 게임은 이용자가 미션을 수행하고 '무돌 코인'을 획득하면 이를 외부 거래소에서 환전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었다. 결국 게임위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분류 결정취소(게임 삭제) 조치를 내렸다.

당시 이용자들 사이에선 '사행성'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게임법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경륜·경정·경마·카지노를 모사한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을 사행 게임으로 정의하고 있다. 해당 게임은 밀려오는 적을 막는 일명 '디펜스'(방어) 게임이었고, 이용자들은 우연적인 방법(확률)으로 암호화폐를 번 것이 아닌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게임위가 운동하고 돈버는 앱까지 '게임성 및 사행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진 새로운 서비스를 언제까지 과거의 '게임법' 틀에 가둘 것이냐는 지적이다.

실제 스테픈 공식 커뮤니티에선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으로 모든 게 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웹 3.0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

짚어야할 부분은 게임위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P2E·M2E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과 다르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게임위는 지난해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와 수의 계약을 맺고 메타버스와 게임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전문가의 50%가 게임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은 22%, 둘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의견은 28%였다.

당시 박 교수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유사점이 있으나 이용자의 △콘텐츠 생산 △확장성 △독자적인 경제 체계 등의 차이점으로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P2E 서비스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산업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지영 법률사무소 로앤코 변호사는 규제 기관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한국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현상을 기존에 정리된 법조문에 집어넣어서 답을 내고 있다"며  "P2E도 기존 게임법에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를 집어넣는 방식인데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나 전통적인 법해석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임위가 진행한 연구 결과가 '메타버스는 게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책 변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2월 10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0일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메타버스와 게임의 쟁점 및 향후과제'를 주제로 게임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처) © 뉴스1

◇ P2E·M2E, 막는다고 막아질까?

물론 돈과 관련된 서비스인 만큼, 게임위 입장에선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업계는 P2E, M2E 서비스에 대해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블록체인 게임, 그리고 메타버스를 더 이상 '가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젠 '제2의 현실'이다고 말한다. 장현국 위메드 대표는 "블록체인 경제로 인해 게임이 진화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게임위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에선 M2E 서비스가 등장해 두 달 동안 이용자 1만여명을 모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돈버는 앱'들이 한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을 테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게임위 눈을 피해 이용자를 끌어모은 '해외 서비스'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국내 서비스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게임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M2E 서비스 스테픈에 대한 게임위 조사는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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