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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에 감춰놓은 '진짜 내 모습'은 안녕하신가요

[신간]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06-04 13:14 송고
© 뉴스1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영화, 오페라 등에 나와 이야기 속 인물을 구현하는 사람을 우리는 연기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개인'의 진짜 모습보다는 연기한 캐릭터와 같은 이미지로 덮여 살아간다. 우리도 그들의 진면모보다는 그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모습에만 관심을 가진다.

김병운의 첫 장편소설 주인공인 '공상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1988년생 남자 배우로, 2011년 데뷔해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본명은 강은성.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공상표 역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 살아간다.

그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배우들에게는 '필모그래피'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과 배역에 대한 기록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는 원치 않는 배역임에도 대중이 원하는 모습, 엄마가 원하는 모습 등 주변에서 강요하는 '이미지'를 위한 필모그래피를 작성해나간다.

공상표는 어릴 때부터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는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숨겨왔다. 사실 그의 정체성은 동성을 좋아하는 성 소수자다. 그러나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 걸 알기에, 살아남기 위해 본 모습을 꽁꽁 감추고 살아왔다.

"저는 평생, 그러니까 제가 게이라는 걸 자각한 열두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온 사람이었거든요.…내가 게이라는 걸 꿰뚫어 보는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공상표는 자신의 연인을 만난다. 독립영화감독 김영우다. 처음엔 김영우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연락을 받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2011년 12월13일, 결국 김영우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하지만 공상표의 커밍아웃 대상은 대중이 아니었다. 결국 '아는 사람만 아는' 그의 정체성은 자신의 커리어를 망칠 거란 망설임 등에 의해 계속해 숨겨진다. 그러나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인, 이태원 클럽 방화사건으로 김영우가 사망하자 그의 생각은 달라지고, 굳어진다. 그렇게 그는 결국 모두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나'를 찾고 드러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아니 모순적이게도 자신을 버리고 있는 공상표의 모습은 치열하기 그지 없다. 사회라는 게 다 그렇지만, 특히나 대중에게 관심 받지 못하면 사라져버리는 연예계에서의 그의 투쟁은 더 그렇다.

이 투쟁이 과연 공상표에게만, 성소수자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연기를 하는 사람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도, 사실은 연기자다.

공상표는, 아니 강은성은 말한다. 진정한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 혼자 틀어박혀 앉아 숨어있고, 꾸며진 '나'로 살아가는 당신은 지금 안녕하냐고. 당신의 진짜 모습을 계속해서 외롭게 둘거냐고.

책의 표지는 김두은 작가의 그림 'One'(장지에 채색, 112x162㎝, 2014)으로 채워졌다. 그림 속 옷장에는 푸른 셔츠와 흰 셔츠가 있다. 두 셔츠는 마치 하나의 옷처럼, 다른 옷의 단춧구멍에 단추가 끼워져있다.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소설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가 서로 다른 존재의 결합체라는 것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강은성이 사랑한 김영우와의 결합을 이야기하는 걸까.

◇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1만4000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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