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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약' 의지 누구보다 강했던 정민씨 2주후 연락두절 '미로 같은 마약'

[일상된 마약]⑦30대초반 모범생의 첫 일탈 '필로폰'
중독 끊어내기 힘들지만 "출구는 있다"

(서울=뉴스1) 기획취재팀,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 2024-02-13 07:00 송고 | 2024-02-13 08:48 최종수정
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피자 배달 광고에나 가능할 법한 문구가 '마약' 판매 홍보에 쓰인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는 우려도 나온다. 뉴스1은 올 한해 마약 문제를 다루는 연속 기획을 시작한다. 그 첫번째 이야기로 '마약경험자'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전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지금 거신 전화는 당분간 수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정민씨(가명·38)는 마약경험자 취재하며 만났던 이들 중에서도 강하게 단약의 의지를 드러냈던 이였다. 스스로 '나락'까지 떨어져 봤다는 그는 바닥을 봤기 때문에 이제는 회복할 힘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기자와 만난 정민은 인터뷰 이후 불과 2주 만에 잠적했다. 몇 번 전화를 걸어도 '수신이 정지됐다'는 기계음이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그가 '재발'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험자들은 약을 끊다가 다시 하게 되는 것을 재발이라고 부른다.

정민은 약을 하기 전까지 모범생으로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진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던 젊은이였다. 술도 먹지 않았고 별다른 일탈 없이 30대 초반까지 살아왔다. 그러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연인과의 실연, 건강 악화로 인한 큰 수술 등이 겹치면서 우울증이 왔다.

"세상이 다 싫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인생 첫 일탈이 하필 필로폰이었다. '얼마나 좋길래 사람들이 잡혀가면서까지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어차피 죽으려고 했는데 살기 싫으니까 해봤다"고 정민은 말했다.
그 선택으로 정민은 모든 것을 잃었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히면서 직장을 잃었고, 교도소를 다녀오면서 친구들과 가족들을 잃었다. 몸과 마음이 망가져 정상 생활이 힘들어졌고 심각한 우울증에 몇 번 자살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약을 끊지 못해 또다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그렇게 바닥을 경험했기에 정민은 이번에야말로 뼈저리게 약을 끊겠다고 다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 정민은 또 사라지는 것을 택했다. 정민의 사례는 마약 중독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뉴스1은 연중 마약 기획 기사의 첫번째 시리즈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마약 투약의 실태와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중독의 무서움을 여실히 체험했다. 그들은 실수의 대가로 잃은 것은 '인생 모든 것'이었다며 똑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더는 없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마약 중독이 회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여년 동안 현장에서 마약 중독을 치료해 온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 재활의 과정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원리를 모르니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 넘어짐을 통해서 결국 잘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재발해도 다시 치료받고 노력하면 회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과 만난 마약경험자들도 모두 지금은 약을 끊고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중독에서 회복되는 과정은 어렵지만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뉴스1은 마약의 실태와 위험성에 더불어 이를 회복하는 과정도 기사로 담아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다시 ‘회복 중’인 정민씨를 만나길 바란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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