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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원자재價·물류비용 코로나 이전 회귀…기업 실적 숨통 트이나

4분기 어닝쇼크 도미노…올해 1분기도 춥지만 비용 부담 완화 기대
환율 1200원대중반 하락도 한몫…"양면성 있으나 숨 돌릴 수 있어"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문창석 기자, 구교운 기자, 이장호 기자 | 2023-01-11 06:05 송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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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어닝쇼크(실적 충격) 도미노'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주저 앉았고, LG전자의 영업이익은 무려 90% 이상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로 가전을 비롯해 우리 산업 전반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기업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인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귀함에 따라 올해 기업들의 실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144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이 최근 1200원대 중반까지 내린 것도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3'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는 건 두가지로 볼 수 있다"며 "하나는 워낙 경기가 위축되다보니 소비가 줄었기 때문일 수 있고, 또다른 하나는 공급망 자체가 정상화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대체적으로 안정화된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렇게만 가 주면 비즈니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같은 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공행진했던 물류비에 대해 "(그동안) 늘어도 너무 많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여러가지 비용적인 악재들이 4분기와 올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상당히 많이 해소되고 있다"며 "1분기부터는 숨을 좀 돌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 치솟던 원자재 가격·물류비, 최근 코로나 이전 수준 속속 회귀
가전·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철강 제품의 핵심 원자재인 철광석 거래가격은 최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7.05 달러로 2021년 5월 톤당 226.46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48.3%나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평균 93.44달러에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구리 가격도 하락세다. 구리 가격은 지난 6일 톤당 8362.5달러로 최고가였던 지난해 3월 1만730달러에 비해 22% 떨어졌다. 자동차의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알루미늄 가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이달 6일 기준 톤당 2242.5달러로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인 2528.5달러(2018년4월)보다 11% 낮은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기록한 최고치 3984.5달러보다 43% 가량 내렸다.

국내 철강사들이 생산한 유통향 열연강판 가격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지난해 4월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우하향 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톤당 140만원을 기록했던 열연강판은 같은해 9월 초강력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가동을 멈춘 이후 12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줄곧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해말 105만원으로 하락한데 이어 이달엔 100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물류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1월 5109.60 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6일 1061.14 포인트로 고점 대비 무려 80% 가까이 하락했다.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건화물선) 운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6일 1130을 기록해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치 5647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출한 물류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조757억원에서 △2020년 2조2184억원 △2021년 2조7927억원 △2022년(1~3분기) 2조7107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2019년 1조6986억원 △2020년 2조491억원 △2021년 3조1832억원 △2022년(1~3분기) 3조81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같은 원가 상승은 전자제품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 5.0%에서 2020년 3분기 코로나19 펜트업(보복 소비) 효과로 11.0%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2021년 3분기 5.4%, 2022년 3분기 1.7% 등으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가전·TV 사업의 합산 영업이익률도 △2019년 3분기 8.4% △2020년 3분기 10.2% △2021년 3분기 6.3% △2022년 3분기 1.5% 등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자료사진) © News1 김진환 기자
(자료사진) © News1 김진환 기자

◇정제마진도 상승세…리튬·니켈 등 가격 하락에 배터리업계 '안도'

배터리업계도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원자재 가격과 완성차업체향 배터리 판매가격이 연동되도록 계약을 해놨지만, 협상을 해야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오롯이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2020년 7월 kg당 34.18위안에서 지난해 11월 571.45달러까지 올랐다가 올해 1월 들어 468.5위안까지 내렸다. 지난해 4월 톤당 3만3298.42달러까지 치솟았던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2만9297.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원자재시장 분석업체 코리아PDS는 '2023~2025 국제경제 및 원자재 시장 대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리튬 가격은 kg당 350.25위안, 니켈 가격은 2만5333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한때 배럴당 0달러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윗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상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수송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1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2달러를 나타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둘째주 배럴당 7.5달러 이후 9주 연속 손익분기점 상단에 있다.

정유사들이 최고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2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1.5달러였다. 이때 국내 정유 4사는 모두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합계 7조5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제마진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3분기엔 배럴당 평균 6.9달러, 4분기엔 6.4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9월 둘째주부터 10월 넷째주까진 손익분기점 밑인 배럴당 4달러를 밑돌았고 9월 셋째주엔 0달러까지 떨어졌다.

3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7355억원으로 2분기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4분기에도 3분기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만 재고평가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변수로 꼽힌다.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석유제품으로 정제, 가공해 판매하는 데까지 2~3개월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저렴하게 수입한 원유의 가치가 높아져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생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3월 배럴당 127.86달러까지 오르는 등 상반기 내내 강세를 유지해 정유사들의 상반기 호실적에 공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배럴당 71.83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며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졌다. 올해 1월 들어서도 배럴당 80달러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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