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일반동향

[신세종실록] 죽음을 부르는 주말 야근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국회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요청에 부처 공무원들 주말에도 밤샘 야근 행태 아직도 여전
국회 내부에서도 과한 자료요구, 의전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 나와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2020-10-17 06:00 송고 | 2020-10-18 08:36 최종수정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책상위에 국정감사 요구자료가 쌓여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몇해 전 한 중앙부처에서는 일요일 아침 일찍 청사에 출근했던 공무원이 갑작스레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공직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평일 근무시간에 일을 다 처리할 수 없어 주말까지 나와 일을 하려다 과로사로 쓰러진 것이다. 그가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7일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이처럼 죽음을 부르는 주말 근무와 밤샘 야근이 늘고 있다. 한 달간 진행되는 국감기간 동안 정부청사는 사무실 곳곳에 켜진 형광등 불빛으로 그야말로 불야성을 방불하게 한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도 오는 19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하루 전날인 일요일 밤샘 작업을 위해 야근이 잡혔다.

평소에도 야근이 많은 A씨는 이른바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더 집을 비우기가 일쑤다. 이제 갓 돌을 지난 딸 아이를 둔 워킹맘 A씨는 한창 엄마의 정을 느껴야 할 시기에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생각과 혼자서 아이를 봐야 하는 남편에게 이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감 때 주말 근무와 야근이 잦은 이유는 일부의 잘못된 자료요청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피감기관인 정부부처나 관계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요청하고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정부정책과 국정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증을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보통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원실에서는 각 해당 피감기관에 질의에 쓰일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피감기관인 정부부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자료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국회의원의 권한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문제가 된다. 감사를 명목으로 밤늦게 또는 주말에 자료를 요청해 이른바 '피감기관 군기잡기'를 하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은 한 두해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실정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 제출 관련해서 기재부와 의원실 사이에 불편함이 있어서 보좌관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것, 혹시 갑질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 저녁 늦은시간에 달라해서 야근하게 하지 말 것, 금요일에 얘기해서 주말에 일하게 하지 말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물론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역할을 다해야 하고 정부는 그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각 부처는 해마다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를 한 데 묶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보다 두꺼운 국감자료집을 서너권씩 발간하지만 질의에 활용되는 자료는 일부일 뿐 대부분은 질의에 사용되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2020년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장을 설치하고 있다. 2020.10.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국감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각종 과한 의전도 문제다.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정부청사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경우 피감기관은 너나 할 것 없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의원님'들을 위해 청사 내 주차장 비우기에 나선다. 국회의원과 수행원들이 행여나 주차장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데 국감 당일 청사 내 주차장 자리를 보면 몇자리를 빼고는 텅텅 비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공간만 의원들을 위해 할애하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놔도 될 일이다. 과도한 의전이 아닐 수 없다.

국세청 국감에서는 행사 진행을 돕는 직원들을 계속 세워두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기재위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많은 직원 분이 하루종일 서 계시기도 하고 의원들이 지나가면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시던데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며 "다음부터는 좀 우리가 국감을 너무 과한 의전없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초선 국회의원다운 지적이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도 이에 "당장 시정합시다. 복도에 계신 분들, (우리가)마스크써서 국회의원 누가 누군지 구분 못한다"며 "정위치해서 자기 자리로가서 업무보시든지, 국감을 영상으로 보시든지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용 의원님 지적대로 바로 조치를 좀 해달라"고 화답했다.

홍 의원과 용 의원, 윤 위원장처럼 국회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면 A씨처럼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이 사라지고 국감이 진행되는 13시간 동안 차가운 복도에서 공무원이 대기하는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