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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소녀상 놓고 갈등… "불법 강행" vs "정당성 인정"

홍대 "소녀상 건립, 대학 국제화 노력 부정하는 행위"
추진위 "더이상 늦출 수 없어, 시민들 이해할 것"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2-28 09:53 송고 | 2018-02-28 10:03 최종수정
홍익대학교 앞 공원에 설치 예정인 소녀상 모습 © News1
홍익대학교 앞 공원에 설치 예정인 소녀상 모습 © News1

3.1절을 맞이해 서울 신촌 홍익대학교 앞 공원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될 예정인 가운데 대학 측이 '주변 주민과 기관의 의견 수렴이 없이 진행되고 있어 불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서울 마포구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와 홍익대학교에 따르면 양측은 소녀상 건립 문제를 두고 찬·반 입장에서 대립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3.1절에 맞춰 제막식을 진행하기 위해 이날 오후 홍익대 앞 공원에 소녀상 설치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학교 측은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양측의 충돌도 예상된다. 

◇마포구 소녀상 건립 밀리고 밀려 홍대 앞으로 

소녀상 건립에 앞장서온 이봉수 마포구 구의원에 따르면 애초 소녀상은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군 관사인 마포구 상암동 일본국제학교 앞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하고, 인적이 드물다 보니 지역 여론에 따라 홍대 '걷고싶은거리'가 건립예정지로 다시 정해졌다. 

걷고싶은거리에도 소녀상은 쉽게 발을 디딜 수 없었다. 상권이 밀집한 거리에 소녀상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돌자 인근 상인들이 '일본인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결국 최종후보지로 국유지인 홍대 앞 공원이 선정됐다. 

이 구의원은 "현재 설립을 위한 심사를 앞두고 주민의견을 받고 있지만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 대부분이 설립심사 이전에 설치된 것"이라며 "앞서 두번에 걸쳐 설치를 미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강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마포구청은 추진위가 제출한 설립 신청서를 검토하고 9일까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만약 이 구의원 등이 건립을 강행할 경우 위법의 소지가 있다.  

이 구의원은 "법 절차를 따지기 전에 아픈 현실을 되돌아보고 민족정신을 세우는 일이라 지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구민들도 지지해 후원을 통해서 소녀상이 건립되는 것인데 유독 홍익대만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견 수렴 없는 소녀상 건립은 불법"

반면 홍익대 측은 26일 "대학 구성원 및 입주업체는 전혀 합의가 이뤄진 바 없는 불법적인 조형물 설치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마포구청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홍익대는 "대학의 정문에 특정국가의 국민들이 거부감을 표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대학의 국제화 노력과 그 결과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라며 "일본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조형물을 대학의 정문에 설치하고 일본에 교류를 제안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양식과 신뢰성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익대는 "조형물이 설치되는 정문 공원부지는 원래 대학의 소유였으나 외국인방문객 급증과 지역주민 및 학생들의 안정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공원조성 부지로 대학에서 국가에 기부한 토지"라며 "앞서 원로교수가 본교 재학생들의 순국을 기리는 4.19기념탑을 정문 앞 공원에 조성하려고 했지만 학교측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홍익대는 구청이 주민동의를 요구한 상태에서 동상건립을 강행하는 행위는 불법임을 강조하며 "이봉수 구의원이 의원으로서 법을 지켜야 함에도 앞장서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익대는 소녀상이 설치되면 시위집회 장소로 이용돼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소녀상 건립 지점이 곧 시작될 학교 건물 공사현장과 가까워 동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오전 홍익대학교 관계자들이 차량과 대형 화분등을 이용해 소녀상이 설치될 예정인 공원을 막고 있다. © News1
28일 오전 홍익대학교 관계자들이 차량과 대형 화분등을 이용해 소녀상이 설치될 예정인 공원을 막고 있다. © News1

홍익대는 28일 오전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 설치를 막기 위해 건립 예정 장소에 대형 화분을 설치하고 교직원들의 차량을 주차시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런데도 추진위 측은 화분을 들어내고서라도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구의원은 "국유지이기 때문에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큰 물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오히려 홍익대 측이 국유지임에도 불구하고 화분을 깔아놓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추진위 측이 건립을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면서도 오후 6시 건립이 강행될 경우에 대한 대응에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홍익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소녀상이 설립돼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장소를 마포구 의회 쪽으로 변경하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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