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우크라 드론에 항복 요청…러시아 외국인 용병의 기이한 투항

(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장의 풀밭 한가운데 알몸의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영어로 '제발 도와달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데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가까이 접근하자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남성은 팻말을 더욱 높이 치켜듭니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관련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된 영상입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영상 속 남성이 러시아군에 입대한 아프리카 출신 용병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이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외국인 용병 모집 실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전 세계 151개국에서 외국인 약 4만 6000명을 모집했는데요. 이 가운데 아프리카 43개국 출신이 5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에 입대한 외국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아프리카 출신인 겁니다.

러시아 모집책들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운전기사와 경비원, 요리사 등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제안하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시민권까지 약속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을 유인했는데요. 하지만 이들이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는 러시아어로 작성된 군 복무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고,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이른바 '고기 분쇄기 돌격'에 투입됐습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에 속아 입대했다는 외국인들의 구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남성 3명이 자국 대통령에게 구해 달라고 호소했는데요. 한 남성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고 왔다는 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고용계약을 맺고 이곳에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군이 자신들을 노예처럼 취급한다며 작전에 투입된 병사 100명 가운데 단 2명만 살아남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러시아 측과 접촉해 자국민을 귀국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외국인 병력 모집은 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경찰은 건설 일자리를 약속받고 러시아로 떠난 자국민 30명이 러시아군에 넘겨졌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불과 3주간 군사훈련을 받은 뒤 전선에 투입됐고, 최소 20명이 드론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사격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일종의 미끼로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지난 26일 유엔 산하 조사위원회는 러시아가 전 세계 29개국에서 외국인들을 속이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군에 입대시킨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이러한 모집 방식이 국제법상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는데요. 러시아는 불법 모집 의혹을 부인하며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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