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페인트업체 A사 관계자는 중동 사태 장기화 전망 속 원재료 수급 애로를 묻자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원재료 수급 비상이다.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품목은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일부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과 미국 간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화학 원료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따르면 한 석유화학 제품 제조기업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주요 원자재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지만,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 생산라인 가동률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등 대체 공급선도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생산 정상화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큰 영향은 아니지만 유가와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플라스틱·고무 소재 수급이 꼬이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페인트와 보일러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2~3개월 이상 상황이 이어지면 원재료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 상승을 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인트 산업은 수지·용제·안료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 비중이 높아 중동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관계자는 "대체 원재료 확보와 구매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최악의 경우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일러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일러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플라스틱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원료 업체들이 공급 어려움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재료 수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K-뷰티 성장세를 이어가던 화장품 제조업계는 물류비 상승과 수출 감소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FOB(Free On Board·본선인도) 조건이라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물류 지연으로 수입업체들이 최소 물량만 확보하면서 수출 물량이 줄고 있다"며 "재고 증가와 보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화장품 용기와 튜브의 주요 원료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인 만큼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는 사전 확보한 재고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물류 차질은 식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식품 제조기업은 "중동 수출 물량을 이미 생산했지만 냉장 컨테이너 운송이 막히면서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장기화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지와 가구 업계는 현재까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 측면의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유가와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간접 비용 부담은 확대될 수 있어 상황에 맞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도 "원자재는 대부분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비용 변수는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 부담을 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2~3개월이 제조업 전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