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초등 동생 살해한 중학생…"살인이 재밌어" 2명 더 노렸다

맞벌이 가정 방임이 키운 괴물…프로파일러들도 충격 [사건속 오늘]
보호처분 그친 범인, 현재 30대 후반…전과기록 없이 사회 어딘가에

2001년 3월 광주에서 초등학생 남동생을 살해한 중학생 형이 휘두른 손도끼.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2001년 3월 광주에서 초등학생 남동생을 살해한 중학생 형이 휘두른 손도끼.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23년 전 오늘, 광주 계림동에서 중학생 형이 초등학생 남동생을 도끼로 살인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가족 살인을 저지른 A 군에 대해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등의 수식어를 붙였고, 이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을 담은 게임의 등급 심의를 더 까다롭게 만든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 A 군의 부모는 24시간 식당을 운영했고, A 군과 동생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 사건을 분석했던 권일용, 표창원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은 게임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고립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심야 영업 마치고 귀가했는데…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둘째

2001년 3월 5일 오전 7시 20분께 심야 영업을 마치고 광주 계림동 자택으로 돌아온 40대 양 모 씨는 집 안방에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 둘째 아들이 흉기에 목이 찔린 채 쓰러져있었던 것. 아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처음 현장에 투입된 수사팀은 누군가 침입해 둘째 아들을 살해하고 큰 아들 A 군을 유괴해갔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수사에 접근했다. 하지만 곧 유력한 용의자는 A 군으로 바뀌었다. 작은 아들 사망 추정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A 군이 가방을 메고 유유히 혼자 걸어나가는 모습이 찍혀있던 것이었다.

동생이 살해된 침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동생이 살해된 침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미니홈피 닉네임은 '좀비'…"군대 다녀와서 살인 맘껏 즐기는 게 꿈"

A 군은 당시 '좀비'라는 닉네임으로 미니홈피에 일기 형식의 글을 썼다. A 군은 "군대 다녀와서 마음껏 살인을 즐기는 게 꿈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손도끼를 구입했다", "손도끼를 침대 밑에 뒀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은 도끼를 꺼내서 날을 갈았다" 등의 기록을 이어갔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범행 이틀 전이었던 3월 3일, "더 이상 가족과 정이 들면 안 되겠다. 살인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쓴 부분이었다.

이 글을 발견한 수사팀은 A 군이 범행 전날인 4일 오후에는 친구들에게 살인 계획에 대한 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A 군은 학교 신상 기록 장래희망란에 '살인청부업자'라고 써 담임 교사가 A 군의 부모에게 연락해 치료를 권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A 군 미니홈피 글의 일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A 군 미니홈피 글의 일부.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동생 살인 후 도끼 챙겨 버스 타고 고창행…다음 타깃 물색했지만 미수에 그쳐

동생의 목을 내려친 후 A 군은 다음 범행 타깃을 찾아 버스를 타고 전북 고창으로 갔다. 낯선 곳을 정처 없이 걸어가던 A 군은 지나가던 한 40대 남성의 오토바이를 얻어탔다. A 군은 남성이 잠시 내려서 소변을 보는 사이에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 도끼를 꺼내들었지만 갑자기 지나가는 행인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후 다시 광주로 돌아온 A 군은 인적이 없는 한 골목에서 이번에도 소변을 보고 있는 남성을 노렸다. 담벼락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간 A 군은 손도끼를 꺼내들었는데, 마침 바로 옆에 있던 큰 거울이 A 군을 비추고 있었다. 자기 모습을 보고 놀란 A 군은 범행을 중단했고, 이후 주변을 배회하다가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일대를 수색하던 형사에게 검거됐다.

경찰에 붙잡힌 A 군.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경찰에 붙잡힌 A 군. (MBC, 유튜브 '디글' 갈무리)

◇ 동생을 먼저 죽인 건 자신감을 얻기 위한 연습이었다

A 군은 키도 작고 체격이 왜소한 소년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팔 운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공격을 하다 실패하면 자신이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A 군은 손도끼로 나뭇가지를 치면서 연습을 했다. 그렇게 힘을 단련해 자신감을 얻어서 고른 첫 범행 대상이 친동생이었다.

A 군은 "제가 감정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좀 싫은 친구들을 죽였을 텐데. 걔(동생)가 사람이니까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할까 싶어서 한 번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생을 보며 "편안히 잘 가"라고 말했다고 자백했다.

당시 A 군과 장시간 면담을 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런 말을 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했다. A 군은 "저는 살인, 죽음 그런 게 좋았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들고 흥미가 있었다"고 했다. 또 마치 장래희망을 얘기하듯이 "한 명씩 죽이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건물이 폭발하거나 해서 여러 사람이 죽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다"고도 했다.

◇ 단기 보호 처분, 전과기록도 無…현재 30대 후반 "잘 지낸다 믿고 싶어"

당시 만 14세였던 A 군의 재판은 소년법이 적용돼 비공개로 진행됐다. A 군의 처벌은 4년 단기 보호 처분에 그쳤으며 이에 따라 전과기록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프로파일러는 이 사건에 대해 A 군의 환경적 요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A 군의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부모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다만 경제생활을 하다 보니 방임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거다. 안타까웠던 것은 하루는 일을 하고 귀가한 부모가 A 군이 휴지를 감고 미라처럼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부모는 '우리 아들이 의사가 되려고 하나' 말 한마디 해주고 주무시고 또 일하러 갔지만, 사실 이런 아이의 행동은 부모 옆에 있고 싶다는, '나를 좀 봐 달라'고 하는 그런 생존 본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 군을 면담하며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꼈다는 권 프로파일러는 어른으로서의 죄책감을 토로하며 "지금은 (A 군이) 다른 문제를 안 일으키고 잘 지낸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syk13@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