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일반동향

'올림픽의 배신' 일본…"한국도 IT·마케팅 피해 불가피"

'올림픽 특수' 노리던 전자·가전·5G 업계 '불똥'
"금융시장 우려는 적으나 최근 불안 악화 가능성"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0-03-26 06:05 송고 | 2020-03-26 06:22 최종수정
(자료사진) © AFP=뉴스1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 연기로 '경제 재건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목표가 물거품이 됐다. 최대 피해국은 개최국인 일본이지만, 이웃 나라인 한국도 IT·가전제품·마케팅 수요 감소 등 경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위원회는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올 7월 개막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 개최를 내년 여름으로 1년 미루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날 합의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현상에 따라 감염 우려와 흥행 실패 전망이 겹치면서다.

이번 올림픽 연기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예상 최대 피해액만 약 36조원(다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 약 22조원(NHK)도 올해엔 사라졌단 관측이다.

그나마 보수적으로 추산한 손실액도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 등이 밝힌 6000억~7000억엔(약 6조6000억~7조7000억원) 사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올림픽 연기가 경제에 미칠 영향으로 5500억엔(약 6조원) 정도를 잡았다.

◇'아시아 올림픽' 대목 기대했는데…붕 뜬 IT 업계

국내 산업계 피해도 뒤따르게 됐다. 이번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올림픽 특수를 노리던 국내 전자·정보통신(IT) 업계의 홍보 전략에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사업 차질을 겪게 됐다. 삼성전자는 도쿄올림픽 공식 스폰서다. 특히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20와 갤럭시Z플립의 한정판 올림픽 에디션을 준비해 왔는데, 이를 1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시장 반등을 기대했던 TV를 비롯한 가전 업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시장 위축에 올림픽 연기가 설상가상 격이 돼 버렸다. 최근 해외 생산라인까지 멈추면서 올해 실적 압박이 커지게 됐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번 올림픽을 5G 네트워크 홍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IT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5G 수요가 줄고 IT 산업 전반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것"이라면서 "예컨대 삼성전자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5G 서비스를 준비 중인 일본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일본 4개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KDDI의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2025년까지 글로벌 통신장비 점유율 20%' 목표를 일구겠단 목표였다. 일본 4개 이통사는 5G에 5년간 17조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뛰어들면서 실적이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금융시장 위험도 감지…"직접적 자금 우려는 크지 않아"

올림픽 연기는 최근 고조된 금융시장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최 취소가 아닌 연기 결정이어서, 일본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이 완전히 허공으로 날아가진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지평 자문위원은 "올림픽은 일본계 자금 이동 우려와 큰 관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개최 연기 결정으로 인해 기업 간 이동이나 자금 흐름이 더 악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올림픽과 관련한 일본 정부 지출은 1조600억엔(약 12조원) 수준이다. 지방정부인 도쿄도의 지출은 이보다 더 많은 1조4100억엔(약 16조원)이다.

여기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집행한 6000억엔(약 7조원)까지 합쳐, 하마터면 약 35조원이 그대로 날아갈 뻔 한 상황이다. 그나마 1년 연기 결정이 대량 손실 사태를 막아줬다.

물론 도쿄도 등 지방정부 부채 문제와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복병으로 남아 있다. 이날 미국 언론인 'USA 투데이'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후 비용 문제를 일본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경우, 끝내 올림픽 취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 아카사카역에 위치한 2020 도쿄올림픽 공식 상품점의 모습. 2020.3.25/뉴스1

◇어떤 비용 문제 있길래…'티켓비만 1조원'

현재로서 일본에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이미 판매한 입장권 1조원과 숙박시설 예약 취소다.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지금껏 판매한 입장권은 올림픽 508만장, 패럴림픽 165만으로 티켓 수입만 900억엔(약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조직위는 올림픽에 직접 관련된 관계자와 언론 등의 숙박 수요로 4만6000여실을 잡고 있었는데, 이번 연기로 대거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모두 같은 가격으로 어림잡아 투박하게 추산해도 최소 수백~수천억원대 손실이다.

그나마 이러한 올림픽 특수는 내년에 순연해 기대할 수 있다면, 진짜로 큰 문제는 '순 비용'이다.

단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 로고가 박힌 메달·물품·기념품만 해도 처치가 곤란해졌다. 이들 물품을 새롭게 제작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정부가 부담할 비용은 배로 뛴다. IOC가 일본 정부를 배려하기 위해 2021년 개최될 올림픽 명칭을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유지한 이유다.

이에 USA투데이는 "일본 지방정부는 올 여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이미 썼던 돈의 일부를 내년에 다시 한 번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선수촌아파트 분양 문제도 지뢰밭 격이다. 일본이 도쿄도 주오구 해안가에 마련한 23개동 5600가구 선수촌아파트는 이미 분양, 입주 계약이 일부분 끝났다. 올림픽 개최 연기로 양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건설사와 정부를 대상으로 보상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