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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톱니바퀴"…'삽질' 감독이 12년간 '4대강 사업' 취재한 이유(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10-23 17:11 송고 | 2019-10-23 17:49 최종수정
'삽질' 포스터 © 뉴스1
'삽질' 포스터 © 뉴스1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 삽질이 계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해 영화를 제작했다."


2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 진행된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인 김병기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B를 맡은 안정호 기자,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도 함께 했다. 

'삽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진행한 4대강 사업 뒤에 있는 여러 의혹을 12년간 파헤친 김병기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의 취재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김병기 감독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초기부터 약 12년간 대운하 사업과 4대강 사업 등을 취재해왔다. 그는 "(대운하 사업이)그 당시 유력한 대권후보(이명박)의 제1공약이므로 그 어떤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이 많았다. 저널리스트로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해 검증하러 갔고, 현장에 가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브리핑에서 들었던 사람을 만나 실제 당신들이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묻고 다녔다"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 전혀 아니었다. 수질도 악화되고 지역 경제도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고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영화는 12년간 김병기 감독이 취재를 해 온 내용을 담았다. 2년 전인 2017년부터 이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집념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런 평가에 감사하다. 사실 내가 끈질겼다기보다는 오히려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부역했던 이런 분들이 오히려 끈질겼다고 생각한다. 끈질기게 지금도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대강 사업' 추진이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22조2000억원이라는 교육비를 지출하고도 한 줄도 배우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탐욕의 거대한 톱니바퀴였다. 22조 2천억원이라는 돈 잔치판이 벌어졌는데 돈 잔치판을 벌인 사람이 영화 속 몇명 안 되는 그런 사람들 뿐이었을까 하는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라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으로 도둑질을 하고 있는 것,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됐다면 다른 취재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는, 그렇게 외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직업 기자가 아니라 시민기자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면서 "(오래 취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였던 것 같고, 여전히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은 사업이라는 것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 안에 이명박이라는 내 안에 이명박이라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을 다 부자 만들어주겠다고 해 뽑았다. 우리 안에 이명박을 되새겨보자는 화두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삽질'이 환경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 영화는 환경 자체에만 집중하기 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사업이 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추적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거기에는 비자금 조성과 뇌물수수 등 무거운 사안들에 대한 정황도 담겨있다.

김병기 감독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그것이다. 강을 망치기 전에 민주주의를 허물었다는 내용"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망쳤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 헛돈을 들인 삽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민주주의를 망친 내용들이다. 거기에는 국정원, 검찰, 기무사, 언론까지 총동원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봉 앞두고 씁쓸한 생각이 많이 든다. 검찰 개혁 이슈가 우리 사회에 던져졌는데 2008년 9월에 검찰 특수부와 2019년 지금의 특수부가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최근 화두이기도 한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생략되기는 했지만 2008년, 2009월에 환경단체연합을 압수수색했고, 최열 고문 을 구속 수사한 게 서울지검 특수부였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 50박스를 검찰이 가져갔는데 언론에 흘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재판 한 번 못 받고 이상한 단체가 됐고, 시민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단체로 낙인 찍혀 파멸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에서 4대강 유역에 머물며 수질과 생태계를 취재하고, '녹조 라떼' 속에 들어가 큰빗이끼벌레를 꺼내 보여주며 직업 '시식'을 해보이기도 한 김종술 기자도 사명감을 갖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취재한 이유를 밝혔다.

김종술 기자는 "내가 소속했던 지역 언론에서 4대강을 취재 하면 많은 압박이 가해졌다. 국책사업에 지역 언론이 반대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일하는 기자들도 힘들었다"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년에 340일을 강에 나간다. 4대강 기사만 1700개 썼다. 요즘 들어 수문이 개방되고, 수문이 개방된 구간에서 모래톱이 생기고, 생겨난 모래톱에 야생 동물이 돌아오고 있다. 사람들도 가끔 찾는다"며 "며칠 전, 21일에 다시 또 하나의 수문이 닫혔다. 그런 식으로 여전히 4대강의 수문은 열려있다고 하지만, 열려있으면서 언제든 닫힐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열린 곳과 닫힌 곳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고 알리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4대강을 찾아가서 보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삽질'은 오는 11월14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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