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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성매매강요' 여중생들에 출석정지 처분만…왜?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0-22 06: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10대 여중생들이 학교 후배들을 폭행하고 조건만남을 강요해 조건만남의 대가로 받은 돈을 강탈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과 부모가 학교에 알렸지만 해당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가해자들에게 열흘간의 출석정지 처분만을 내렸던 사실이 밝혀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의 나이는 15세로 밝혀졌다. 가해학생들은 형사책임 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 연령인 만 14세를 넘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행 소년법이 소년에 대해서는 보호처분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형사처분의 경우에도 실체법상 그리고 절차법상 특례를 두고 있기 때문에 피해학생의 피해에 비해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 떄문에 점차 흉포화되고 다양화 하고 있는 소년범죄에 대해 처벌보다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는 현행 소년범 처벌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 “미성숙한 청소년에 대한 낙인효과” vs “청소년범죄 흉포화.. 엄정처벌해야”

우리 현행 법제도는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소년범’으로 보고 이들을 성인 범죄자와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아직 성장기에 있어 인격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과실로 인해 전과기록이 남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구속된 A양 사례와 같이 또래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한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인 신모 변호사(38)는 “특히 가출청소년들이 원룸, 고시원, 모텔 등에 모여 숙식을 해결하는 ‘가출팸’의 경우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소속 여학생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가출팸이 아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가정에 소속돼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C양 사건에 비춰 또래 집단 간에 성매매 강요 등의 범죄가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또래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의 청소년 범죄가 흉포화되는 원인을 ‘관대화 정책’에 따른 경미한 처벌 등에서 찾고 있다.

이 밖에도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0여년간 만14세로 유지되어온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고,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저지른 범죄더라도 범죄를 유형화해 충동적 우발적 동기로 인한 것이 아닌 죄질이 나쁜 범죄는 성인범들과 같게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조차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소년범죄의 양상이 다양해지는 등 현실상황이 변화한 만큼 현행 만 14세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 청소년 성매수자 엄벌에도 ‘수요’ 여전... 근절대책 마련해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년의 또래 집단들에 대한 범죄는 폭력, 금품갈취, 집단따돌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디바이스 등의 발달로 사회의 어두운 면과 접촉이 용이해진 청소년들의 범죄는 흉포화 되고 다양해졌다. ‘성매매 강요’ 역시 새롭게 등장한 청소년 범죄 가운데 하나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청소년 성매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성남에서 발생한 성매매 강요 사건의 성매수 시도 남성들 가운데 2명은 피해자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양의 경우 상대 남성과 성관계까지 맺게 됐다. 중학생인 C양이 미성년자임을 몰랐을리는 만무하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아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일부 업종에 대해 취업을 제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과의 ‘조건만남’과 가출청소년을 유인해 성관계를 맺는 등의 청소년대상 성범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신 변호사는 “청소년의 성에 대한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현행법보다 훨씬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사회적으로도 청소년 성매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달리 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피해 청소년 2차 피해 방지 장치 마련도 시급

가정의 보호로부터 벗어난 가출청소년은 물론 가정에 소속돼 있는 청소년들조차 또래 집단의 성매매 강요 등이 있는 경우 쉽게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전문가들은 피해 청소년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이유를 “보복 등의 2차 피해나 자신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C양의 경우는 가해자인 A양이 구속되고 또 다른 가해자인 B양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절차에 돌입한 상황임에도 가해자들과의 대면을 우려하고 있다.

C양과 C양의 부모가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지만 학교는 ‘학폭위’를 열어 출석정지 열흘의 처분을 내렸을 뿐이다. B양의 경우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에 등교할 수 있고 이런 경우 C양은 학교에서 B양과 다시 마주 할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C양이 재학중인 학교 학폭위의 납득할 수 없는 징계결정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법과 제도상으로도 해당 학교 학폭위가 징계처분을 내린 경우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 또 가해학생 역시 현행법상 소년범으로 ‘보호대상’으로 간주 돼 학교출석 등을 강제로 제지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는 또 다시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매매 강요 피해 청소년에 대한 법률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시행된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에 따라 성매매 강요 피해 청소년들도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성폭력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해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 도입 목적과 취지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상을 확대 적용해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청소년 성매매 강요 피해자’ 들에게도 국선전담변호사를 지정해주고 있다.


juris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