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공사비 상승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인허가와 착공, 준공 등 공급 관련 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현재의 공급 위축이 2~3년 뒤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미분양 적체와 수요 위축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사업이 줄고 공급 선행지표마저 악화하면서 중장기 공급 불안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4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 기준)는 136.88포인트(p)로, 전년 동월 대비 4.44% 상승했다. 2023년 4월(127.45)과 비교하면 3년 새 9p 이상 오른 수준이다.
세부 품목을 보면 아스콘 및 아스팔트 제품이 전월 대비 28.83%, 레미콘이 4.08%, 건축용 금속제품이 3.91% 상승했다. 도로·단지조성·골조·마감 공사에 사용되는 주요 자재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주택 건설 전반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거용 건물 하위지수 역시 전월 대비 1.41% 올랐다.
분양가 규제와 표준건축비 산정 방식 등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지을수록 손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행사와 시공사, 정비사업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반복되면서 착공 지연과 수주 포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 인건비, 안전관리비가 동시에 뛰었는데 분양가와 공사비 기준은 과거에 묶여 있다"며 "입찰에서 따더라도 공사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면 무리해서 수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PF 경색은 민간 주택 공급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미분양 증가와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 PF 심사를 강화하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마친 사업장조차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멈춰 선 곳이 늘고,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한 사업장은 사실상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방의 한 중소 디벨로퍼는 "토지 매입까지 마친 사업장도 본 PF를 못 열어 공사 첫 삽조차 못 뜨는 곳이 많다"며 "미분양 우려까지 커지면서 금융권의 문턱이 더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미분양 문제도 공급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5179가구로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도 2만 9504가구에 달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80% 안팎이 비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건설사와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과 착공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다.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4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7만 9371가구로 전년 동기(9만 14가구)보다 11.8% 줄었고, 수도권 인허가는 4만 3613가구로 15.4% 감소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인허가가 1만 2760가구로 전년 동기(1만 6787가구)보다 24.0% 줄어, 수도권 중에서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착공 지표도 서울을 중심으로 부진하다. 올해 1~4월 수도권 주택 착공은 3만 717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지만 서울은 7023가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는 소폭 증가했지만 핵심 수요지인 서울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후행지표인 준공(입주)은 감소폭이 더 크다. 1~4월 전국 주택 준공은 7만 5230가구로 전년 동기(13만 9139가구) 대비 45.9% 감소했고, 수도권 준공도 3만 7084가구로 41.0% 줄었다. 서울의 1~4월 준공은 1만 1197가구로 전년 동기(1만 9090가구)에 비해 41.3% 감소해, 입주 물량이 '반 토막'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타워크레인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노·사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다. 이번 파업으로 고층 건축의 골조 공사와 대형 자재 운반을 담당하는 필수 장비가 멈출 경우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공급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표준시장단가·표준품셈 현실화와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대, 소형·노후 장비 안전관리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PF 경색이 사업성을 악화시키고 신규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인허가와 착공, 준공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2~3년 뒤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고, 이는 전월세와 매매시장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와 PF, 미분양·입주 물량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차를 두고 한 줄로 연결돼 있다"며 "지금처럼 인허가·착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사비·자금·노무 리스크까지 방치하면 몇 년 뒤에는 공급 부족과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