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이어폰·마우스·키보드를 전파로 연결해 책상에서 점차 '선'이 사라지고 있지만 전원선은 여전하다. 전원선에서 인류를 해방할 원거리 전력 전송 기술은 차츰 발전돼가지만 아직 안전과 효율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충전기는 선 없이, 약간의 거리를 둬도 충전할 수 있지만 인류를 전원선에서 해방하기에는 부족하다. 충전기에서 기계를 조금만 떼거나, 충전기의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면 충전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충전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기계와 충전기 사이에서 선을 없앴을 뿐 기계는 여전히 충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충전기는 대부분 '자기 유도 방식'을 사용하다. 자기유도방식은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제시한 전자기유도 법칙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전선 주변의 자기장이 변화하면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원리다. 자기 유도 방식 충전기와 기계에는 각각 전선을 나선형으로 촘촘히 감아 만든 코일이 있다.
충전기의 코일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류가 흐르며 변화하는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 변화하는 자기장의 영향으로 기계의 코일에 전류가 흐르며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시간에 따른 자기장의 변화가 클수록 유도되는 전기 에너지가 커진다. 충전기에서 멀어질수록 코일에서 만들어지는 자기장은 약해지고 그에 따라 변화폭도 줄어들기 때문에 충전효율이 급감한다. 또 충전기의 코일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모양 탓에 위치가 어긋나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주방의 인덕션 레인지 또한 충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인덕션용 냄비에 전류를 발생시키고 냄비 안의 금속 저항때문에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자기장의 변화로 발생한 전류로 인한 금속 가열 현상을 막기 위해 무선 충전기에는 안전장치가 있다. 기계에서 충전기로 신호를 보내 충전기가 필요할 때만 작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신호 전달과 충전 시스템에 대한 약속이 바로 각종 무선 충전 용품에 적혀있는 '규격'이다. 스마트폰의 신호로 충전기가 작동하는 중에 스마트폰에 부착한 금속 링과 같은 액세사리가 가열될 수도 있어 미리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마찬가지 원리로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등의 집적회로(IC) 카드도 열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코일을 더 많이 넣고 위치를 조정하는 등 기술적 해결을 통해 무선 충전 거리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거리가 멀수록 약해지는 자기장의 특성 탓에 쉽게 거리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충전기 코일에 흐르는 전류를 강하게 바꿔줘도, 전력 효율이 떨어지고 다른 금속 가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 유도형 무선 충전'에 비해 먼 거리에서 한 충전기로 여러 기계를 충전 가능한 '자기 공진(공명)형 무선 충전' 기술도 있다. 고유진동수가 같은 소리굽쇠 두 개가 한쪽이 진동하면 다른 쪽도 울리는 '공명 현상'과 비슷한 원리로 두개의 코일이 공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은 2007년 메사추세츠 공대 연구진에 의해 가능성이 증명됐지만 안정성과 효율 문제가 있어 상용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이용한 전력 전송 기술도 기초 연구 수준에서 개발 중이다.
자기 유도형은 약 30cm, 자기 공명형은 1m 이상, 마이크로파·레이저 방식은 수 미터 이상 전력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됐지만 거리가 먼 만큼 효율이 떨어진다. 무선 전력 송수신기 거리나 위치에 따라 충전 효율이 달라지고, 최적의 위치에서도 유선 충전보다 효율이 낮아 전력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무선 이어폰이나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충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무선 '이동' 충전을 실생활에서 보려면 효율 문제 외에도 생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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