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연의 역사' 전작권…'조건' 바뀌면 또 수년 걸린다

北 정세 변화에 계속 지연된 전환…IOC 검증부터 FOC 평가·검증까지 7년
美 '새 기준' 언급에 논의 다시 장기화 우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기성 기자 =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다시 불거지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진 전작권 전환의 '지연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등 안보 환경 변화로 전환 지연이 반복됐던 만큼, 이번에도 한미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전환이 다시 수년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는 올해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 전환 조건의 충족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인식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작전 환경이 달라진 만큼 전작권 전환에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는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이 한미의 합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도 읽힌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군사령부가 전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구성되며, 현재는 2022년 평가를 마친 FOC 단계의 검증이 진행 중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이미 끝난 FOC의 '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건 충족 여부는 정량적·정성적 평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어떤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기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 측이 한국군의 대화력전 및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새로운 연합작전계획(OPLAN)을 반영한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전작권 전환이 또다시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12월 중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전환 목표연도를 설정한다는 구상이지만, FOC 평가 결과 및 정세 평가에 대한 한미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환 일정은 다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김성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등과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 ⓒ 뉴스1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김성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등과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2 ⓒ 뉴스1

전작권 전환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시 한미 정상은 전환의 기본원칙에 합의했고, 이듬해인 2007년 2월 양국 국방장관은 2012년 4월 17일을 전환 시점으로 확정했다. 4월 17일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작권을 이양한 날짜인 7월 14일을 거꾸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합의부터 지켜지지 못했다.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약 3년 8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위협 증가 등 달라진 안보 환경이 주된 고려 요인이었다.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 한미는 전환의 '시기'를 정하는 방식에서, 한미가 합의한 군사적·안보적 조건을 충족하면 전환하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며 전환 방식의 개념을 바꿨다. 이때 3대 조건이 처음으로 확정됐고, 2015년에는 이를 구체화한 전환계획(COTP)이 마련됐다.

한미는 2018년엔 전작권 전환 후에도 기존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되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는 지휘구조 변경에 합의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미래연합사의 IOC 평가가 실시됐고, 2020년 검증까지 마무리됐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연합훈련 제약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에야 2단계 FOC 평가가 완료됐다. 이후 한미는 올해까지도 FOC 검증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전작권 전환의 첫 시점인 2012년으로부터 14년이 지났고,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으로 개념이 바뀐 지도 12년이 흘렀지만 한미가 전환 시점 합의를 앞두고 또 이견을 보이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최근에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 고도화가 전환 논의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한국군이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는 동안 북한 역시 핵·미사일 전력을 발전시켜 온 만큼, 어느 수준에서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보인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중거리전략미사일 발사 훈련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중거리전략미사일 발사 훈련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지낸 조용근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은 결국 북한의 군사력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전환 논의가 다시 뒤로 밀릴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 가운데 세 번째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은 한국군의 무기체계 확보나 작전 수행 능력처럼 군사적 노력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과 역내 군사적 긴장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추진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동맹의 현대화 전략도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방정식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거론된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방위 책임 확대는 전작권 전환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이 전작권을 유지하는 편이 역내 주도적 작전 운용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교수는 최근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연결해 해석했다. 미 국방부의 동맹 현대화 기조와 달리 주한미군 지휘부는 전작권을 유지하는 것이 대중국 견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환 이후 한국군의 부족한 군사 능력을 보완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이 당장 확보하기 어려운 일부 능력을 미국이 보완하거나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따라서 한국군이 모든 군사 능력을 독자적으로 완비해야만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는 반대로 보면 미국의 '원만한 협조'가 있어야 억제력 유지가 확보된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 조건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그 결과를 한미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최종 전환 시점에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조건을 유지하더라도 정세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군사적 능력의 수준이 계속 높아진다면 전환 시점 확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 때문에 양국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조 교수는 "이건 '조건 충족'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고, 정치적 합의가 아니면 안 될 일"이라며 "이 대통령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논의를 풀 수 있는 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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