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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결국 '동물국회'…웃픈 '1년6개월 육휴법' 자동폐기

'모성보호 3법' 시행에 1조 넘는 예산도 편성했지만…모두 물거품
새 입법과정 거치면 빨라야 7월 말쯤 논의 전망…도 넘는 민생외면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2024-05-29 06:00 송고 | 2024-05-29 09:33 최종수정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뉴스1 DB) 2021.8.26/뉴스1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뉴스1 DB) 2021.8.26/뉴스1

저출생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모성보호 3법'이 여야의 정쟁으로 '자동 폐기'됐다. 저출생 극복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데 여야가 모두 공감하며 이견이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정쟁 앞에 민생을 외면한 꼴이 됐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28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을 재표결했고, 재적의원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최종 부결했다.
여야는 특검법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 개정안과 직회부 7개 법안의 강행 처리를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합의된 민생 법안만 처리하자면서 모든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했다.

결국 법안 처리를 위해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렸어야 했지만, 여야의 힘겨루기에 민생·경제를 위한 1만6000여건의 법안들은 무더기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여야는 그동안 저출생 문제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며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4·10 총선을 앞두고서는 저출산 관련 대책으로 '유급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자녀 출산 시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을 약속하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여야는 총선 이후 휴업 상태에 가까운 국회 일정을 운영해 왔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단 한 건만을 합의처리 했다.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한 0.6명대에 진입할 것이란 위기 속에서도 비쟁점 민생법안마저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다. 표심이 필요할 때만 '저출생 극복'과 같은 구호만 외쳤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모성보호 3법에는 육아휴직을 1년 6개월씩 3년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과 난임치료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등 3개의 법률 개정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관 상임위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시 정부는 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저출산 대책'이라며 대대적인 정책 홍보에 나섰다. 이에 예비 부모를 비롯해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이 이같은 정책에 큰 호응을 보냈었다. 여야 모두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에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었다.

특히 정부는 범부처 협의까지 마친 후 법안 통과 시 즉각적인 시행을 위해 올해 예산까지 편성해놨다. 육아휴직급여 예산은 1조9869억 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관련 예산은 1490억 원 등이다. 시급한 국가적 당면 과제인 만큼 법안의 '자동폐기'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다. 이쯤 되면 여야가 진지하게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의미 없는 공전을 되풀이하고 있자 정부는 일찌감치 22대 국회에서 법안 개정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고용부는 이미 발의했던 '모성보호 3법'의 개정안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입법예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법예고는 헛바퀴만 돌고 있는 국회 법안 논의 절차에 소모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자동폐기된 법안의 새 입법 절차에도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빨라야 7월 말쯤에나 논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존립의 위기를 위협하고 있는 인구소멸 과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국회도 '동물국회' 오명을 지우기 위해 정쟁을 덮어둬야 할 때다.

경제부 나혜윤 기자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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