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전당대회 '올스톱'…법원 급제동에 국민의힘 '패닉'

잔칫날 '폭탄' 맞은 국민의힘…비대위도, 전당대회도 안갯속
與 내홍 재분출 조짐…"권성동 물러나야" "대통령이 해결해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2022.8.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2022.8.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유승 기자 = 사법부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급제동을 걸면서 여권이 '블랙홀'에 빠졌다. 법원이 이준석 전 당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를 유지할 수도, '연내 전당대회'를 열 수도 없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봉착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 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결정하고 주호영 비대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이준석 전 대표가 '완승'을 거두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출범 17일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잔칫날 '폭탄' 맞은 국민의힘…비대위도, 전당대회도 '안갯속'

국민의힘은 곧바로 혼돈에 빠졌다. 집권여당이 된 후 열린 첫 연찬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측 국무위원 대부분이 참석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공교롭게도 연찬회 결의문이 채택된 직후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당사자인 주호영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은 재판장 성향 때문에 우려하는 사전 이야기가 있었다"며 "재판장이 특정 연구 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며 재판부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판결 요지'를 두고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다시 돌아가라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가처분 결정 내용을 보면 비대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며 "비대위는 존속하는 것이고 비대위원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엇갈린 해석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의신청하고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타개책을 강구한다는 입장이지만,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현행 민사집행법은 가처분 집행으로 당사자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위험이 있고, 이를 소명할 경우 법원은 가처분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본 당사자는 이 전 대표다.

장윤미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사례는 거의 없다"며 "재판부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피해 당사자가 이 전 대표라고 봤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지 않다면 국민의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이에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차기 전당대회 시점이 '안갯속'에 빠진 점도 고민거리다. 국민의힘은 이날 연찬회 자유토론에서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논의한 결과, 정기국회 직후 전당대회를 여는 '연말 개최론'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면서 이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거꾸로 본안 소송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이 전 대표가 당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공동취재) 2022.8.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공동취재) 2022.8.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與 내홍 재분출 조짐…"권성동 물러나야" "대통령이 해결해야"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으로 여권이 걷잡을 수 없는 '대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대한 책임론이 백가쟁명식으로 분출되면서 당내 분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분당설'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최근 한 달여간 당이 진행시킨 일들이 정당민주주의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지적이 매섭다"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도 친이준석계 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단체채팅방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번에는 법원이 정당 민주주의를 지켜줬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다음에는 우리 당원들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 민주적인 정당을 지켜내는 힘은 당원모집"이라며 "도와달라.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법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이미 정치적 부적격으로 판명난 만큼, 원내대표 사퇴표명 이후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직무대행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여론도 윤핵관에 날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당혹감을 토로하면서 "일단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권 원내대표가 지금 불신에 불신을 거듭하고 있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윤핵관이라는 자체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지 않나"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이미 당에서는 이준석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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