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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제도 두고 눈치게임하나…'갑툭튀' 논란 속 재포장 금지제

20여차례 협의 과정 거쳤다지만…업계·정부 소통 막혀

(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 2020-06-23 13:19 송고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묶음포장 제품에 사은품이 묶여 판매되는 모습. 2020.6.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환경부가 '재포장 금지' 시행일(7월1일)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지난 22일 제도 적용시기를 6개월 뒤로 미뤘다. 재포장 금지는 과다한 비닐 포장을 없애기 위한 제도다. '1+1 할인행사' 등을 위해 포장제품을 여러개 묶어 비닐로 또 감싸는 업계 관행을 금지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이 '재포장 금지제도'를 두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제도 시행에 앞서 환경부가 지난 18일 연 업계 회의가 발단이었다. 이 자리에서 환경부는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안)을 제시하며 할인행사를 위한 재포장 사례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묶음할인을 아예 금지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의 사유재산권 보장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한 시장경제는 헌법상 기본원칙이지만 환경부가 시장의 자유로운 가격할인을 금지한다는 '초(超)헌법적' 오해가 일파만파 퍼졌다.

이는 정부와 업계 간 '불통'(不通)의 결과다.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재포장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이 지난 2019년 1월 입법예고된 이후 관계 업계와 20여 차례 협의를 거쳤다고 항변했다.

업계가 1년 반에 걸친 협의 기간 동안 적어도 재포장 금지제도의 취지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이번 논란은 불거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앞에서는 정부 눈치만 보면서 제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두루뭉술한 제도 설계로 논란을 키웠다. 환경부 관계자도 "포장제품의 재포장 예외기준 고시안에서 예외 기준이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며 행정 미비를 일부 시인했다.

물론 재포장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못하다보니 환경부도 예외규정 마련에 무척 애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행일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제도가 채 정립되지도 않은 상태라는 점은 일견 이해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열린 업계 회의 역시 의견수렴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입법예고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업계 의견 수렴조차 안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업계와 충분히 소통해 제도를 꼼꼼히 설계했더라면 이리저리 주위 상황을 살피며 해명할 까닭도 없었을 것이다.

업계와 정부가 '눈치게임'을 벌이는 사이 정작 국민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재포장 금지제도에서 소외된 양상이다.

내년 1월부터는 대형마트에서 그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비닐포장된 1+1 행사 상품을 접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작지만 당장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제도 변화에 대해 알고 있는 일반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업계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1월 제도 적용을 앞두고 어디선가 생각지도 못한 논란이 다시 일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