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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청년 vs 태극기청년'…그들이 광장에 나선 이유

촛불 측 장은하씨 vs '애국청년' 여명씨 직격 인터뷰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01-30 07:00 송고 | 2017-01-31 08:57 최종수정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여기에 맞서는 '태극기집회'(맞불집회)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물과 기름 같은 양 진영 모두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한쪽은 촛불을, 다른 한쪽은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은 같은 모습이다. 설 연휴를 맞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청년대표를 만나 현 시국과 집회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국가 신뢰 깨진 세월호세대" vs "제 역할 못하는 민주화세대 대신해"

지난해 12월10일 광화문광장 416대학생연대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장은하씨 © News1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은하씨(25·여)는 현재 '416대학생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416대학생연대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목표로 대학생·청년이 구성한 단체로 1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발족했다.

장 대표에게 세월호 참사는 청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그는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현 시대를 사는 청년들을 이른바 '세월호세대'라고 지칭한다. 국가를 믿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이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단원고 학생들과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공통의 교육을 받았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겠지'란 기본적인 믿음도 깨져버린 세대다"라며 세월호세대가 광장으로 나온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촛불광장에 참여한 이들은 서툰 솜씨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광장에 울렸다"며 "우리가 함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광장을 비추는 촛불도 더 거세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강남 테헤란로 태극기 집회에서 발언하는 여명씨 © News1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태극기집회'에 참여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명씨(26·여)는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민주화 세대를 대신해 '애국청년'들이 태극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씨는 "지금 우리나라를 지키는 건 건국세대, 산업화세대라고 생각한다"며 "흔히 말하는 386 민주화 세대는 좌익 세계관에 갇혀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제 애국청년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씨는 보수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포럼 소속으로 3년 동안 국정교과서 찬성, 노동개혁 촉구, 전교조 반대 투쟁 등 활동을 해왔다. 이 단체에서 6기 회장을 지냈고 이밖에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활동했다.

여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청년대표 자격으로 벌써 7차례나 연단에 올라 수천, 수만 태극기 인파 앞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이 건국·산업화 세대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촛불광장에서 치유 경험" vs "보수가 기득권이라 오해말라"

박사모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26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탄핵기각 국민 총궐기대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7.1.26/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여명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11월26일 서울역광장에서 진행된 1차 태극기집회를 꼽았다. 돈이 부족해 참가자들은 재활용한 피켓과 허접스러운 비닐 태극기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허리가 90도로 굽어 걷기도 힘든 할머니가 한손으로 태극기를 흔들고, 어르신들이 지하철 역사 화장실 앞에 삼삼오오 모여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본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비참함'이다.

여씨는 "(서울역에서) 왜 우리는 이렇게 가난하고 울분에 차 있어야 하고 늘 비참해야 하나 생각했다. 보수란 이유로 기득권 취급을 당하고, 돈이 엄청 많은 집단인 것처럼 포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처절하게 참여하고 있는데도 젊은이들은 태극기집회 어르신들에게 '틀딱'이라고 욕이나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들이 태극기집회에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청년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여씨는 "언론이 촛불집회는 정의로움, 역사의 변곡점, 민주참여 이런 식으로 보도하지만 태극기집회는 그냥 맞불, 보수집회라고 표현한다"며 "박사모 집회라 표현할 거면 촛불집회도 같은 논리로 민주노총 집회라고 보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2017.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토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촛불과 함께한 장은하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던 세월호 참사 1000일 촛불집회를 꼽았다. 당시 생존 학생들은 "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민 여러분 덕분에 다시 한번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발언했다.

당시 바로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장 대표는 "생존학생들이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잘못 말해서 친구들을 욕되게 할까봐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했다"며 "하지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꾸준히 세월호 진상규명 목소리를 내면서 학생들도 치유 받고 용기를 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생존학생뿐 아니라 시민들도 광장 속에서 치유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 시민도 '내가 분명 열심히 노력하는데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광장 자유발언을 통해 삶 속 불만들을 서로 나누면서 '아, 내가 생각한 게 이런 점이 문제였구나'를 직관적으로 깨달은 셈"이라고 말했다.

◇"태극기집회, 닫혀있는 느낌" vs "촛불 동력 잃어"

지난해 3월 한신대 새내기배움터 무대에서 발언하는 장은하 대표 © News1

장은하 대표는 촛불집회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맞불집회에 대해선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이 그 세대를 대표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광장에도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오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게 광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가 다양하게 쏟아지는 곳이다. 보수성향의 시민들도 촛불광장 자유발언대에 자주 서는데, 그 논리를 이해할 순 없어도 나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들과 소통하고 대화할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태극기집회 쪽은 대화의 벽 자체가 닫혀 있는 느낌"이라며 "노란 리본 달고 있는 사람을 보면 화를 내고 위압적으로 행동하는 등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착잡해 했다.

최근 장 대표는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광장에는 매주 참여하지 못해도 시민들이 각자의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학내에서 노란리본을 나눠주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리본 단 개개인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작은 광장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여명씨 © News1

여명씨는 동력 잃은 촛불집회와 달리 태극기집회는 앞으로도 폭발적일 거라고 내다봤다. 여씨는 "태극기 집회는 '건강한 분노'"라며 "역풍을 만드는 건 우리 애국시민이다. 할아버지, 아줌마, 청년 누가 됐든 여유가 되는 사람은 다 광장으로 나와 우리도 그들(촛불)만큼 나온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씨는 태극기집회를 위한 헌신을 각오한 상태다. 그는 "광장에서 연설도 하고 언론사에 기고도 많이 하고 인터넷 방송도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대한민국을 지킬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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