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치권 이슈는 명절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의 단골 소재다. 총 6일로 예년보다 길어진 이번 추석 연휴에선 '이재명'과 '총선'이 밥상머리에 주로 오르내리며 명절 이후 민심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 문턱까지 갔던 이 대표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여당 중 한 쪽은 치명상을 입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탄으로 맞을 것이고, 영장이 기각된다면 민주당의 '정치 수사' 주장이 힘을 받아 정부·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추석 연휴 직전에 발생한 이번 영장심사 결과는 일반 국민들의 밥상머리에도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민주당은 '검찰이 무리한 영장을 청구했다'고 여론전을 펴고, 민심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며 추석 이후 한동안 정국을 주도할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민주당 측 진교훈 후보가 소폭의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추석 이후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불거진 내홍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영장 기각으로 당내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이끈 비명(비이재명)계 등 당내 '반란표'를 겨냥할 수 있다. 향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 힘이 과도하게 실린다면 중도층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영장 기각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법부 판단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지만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고려해 굳이 휘말리지 않으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당초 예정됐던 추석 귀성인사를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도 추석 밥상머리에 주된 이야깃거리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역구별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 개인보다는 당과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46.1%, 국민의힘은 37.5%로 나타났다. 추석 이후 이 같은 민심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특히 정국이 아닌 경제 문제도 명절 동안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데 경제성장률과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거시경제 상황과 주거·취업·교육 등 생활과 밀접한 민생 난국에 대한 책임, 이를 정치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며 추석 이후 민심을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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