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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에 '화웨이·ZTE' 5G 통신망서 배제 권고…"중대한 안보 위험"

5G 보안지침 도입 3년만에 업체명까지 거론
각국 규제 이행 지지부진하자 칼 빼든 집행위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2023-06-16 09:37 송고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5세대(5G) 이동통신망에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ZTE가 생산한 장비는 배제할 것을 권고했다. 역내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FP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화웨이·ZTE가 다른 5G 장비 공급업체보다 실질적으로 더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며 "새로 구축하는 5G 통신망이 해당 업체가 생산한 장비에 의존하지 않도록 관련 보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나아가 27개 회원국을 상대로 각국 5G 통신망에서 화웨이·ZTE 장비를 즉각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장비에 의존할 경우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우리의 공동 안보에 매우 중대한 취약점이자 심각한 위험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브르통 집행위원은 EU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5G 통신망에서 화웨이·ZTE 장비를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하거나 관련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고위험 공급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조치를 실행에 옮긴 곳은 10개국에 불과하다며 "속도가 너무 느려 EU의 집단적 안보를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EU가 이처럼 업체명까지 특정해 5G 장비 배제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행위는 지난 2020년 1월 '5G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툴박스'라는 보고서를 내고 회원국들이 5G 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고위험 공급자'에 대해서는 핵심 장비 납품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침을 채택했지만 어떤 업체가 고위험 공급자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 성조기 앞에 화웨이 로고를 띄운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미국 성조기 앞에 화웨이 로고를 띄운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EU의 이번 발표는 회원국들이 규제 입법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자 집행위가 나서서 중국산 5G 장비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며 각국에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미국은 화웨이가 국가 통신망에 일명 '백도어'라고 불리는 미인증 침투수단을 사용해 기밀정보를 탈취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유럽 국가들도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EU는 3년 전 툴박스 작성 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국 업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단순 무역갈등을 넘어서 반도체·5G 통신망 등 국가 전략 산업을 두고 갈수록 첨예해지자 결국 EU도 중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분석했다.

다만 이날 집행위의 권고대로 EU 회원국들이 화웨이·ZTE와 당장 결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미 컨설팅기업 스트란드 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네덜란드 5G 통신망에서 중국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2%로 조사됐다. 제조 강국 독일도 65%는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키프로스의 경우 그 비율이 100%에 달했다.

이에 대해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회(ECFR)의 얀카 오에르텔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미 중국산 장비를 금지하는 법률 근거가 있는데도 이처럼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면서 집행위의 기대와 달리 각국은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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