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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글로벌삼국지]기후·전염병·식량위기 극복 위해 '교류 확대'부터

초저출산율·잠재성장률 하락… 우리 혼자선 해결 못해

(서울=뉴스1)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 2023-05-25 08:00 송고 | 2023-09-20 14:54 최종수정
편집자주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연방행정원 행정학석사, 프랑크푸르트대 정치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한 후 경제외교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외무고시(27회) 합격 후 주중국대사관 총영사, 주다롄영사사무소장,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강원도 국제관계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중국청년정치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역임 또는 재임 중이다. '미중 신냉전과 한국I.II', '중국', '한중일 4000년' 등 7권의 저서를 낸 한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 중 하나다.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한중일 3국의 군대가 모두 참전한 임진왜란이 개전 후 7년 만인 1598년 12월 끝난 뒤 중국은 농민반란으로, 또 일본은 지방 영주 다이묘(大名) 간 내전으로 상당 기간 혼란에 빠졌다.
수많은 중국인과 일본의 소수 무사집단이 이 시기 혼란한 국내를 떠나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지로 이주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던 조선인 7만여명 중 일부도 자의 혹은 타의로 다시 동남아로 옮겨가야 했다.

차오프라야강이 관통하는 비옥한 충적토(沖積土)를 가진 태국 방콕 인근의 아유타야와 톤부리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던 신흥 왕국 태국은 중국인 이주민과 일본인 무사집단을 받아들이는 한편, '대항해시대'의 후발 주자 프랑스·네덜란드 등 서양 세력으로부터도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여 동남아 패권국가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특히 태국으로 이주한 중국 푸젠(福建)성과 광둥(廣東)성 출신 화교(華僑) 상당수는 태국군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일부는 군 사령관까지 올라 톤부리 왕조에 이어 현(現) 차크리 왕조를 개창(開創)했다.

사실 태국이란 나라 자체가 이 지역에 먼저 이주해온 타이족이 몬크메르인·오스트로네시아인 등 토착민을 정복, 융합한 토대 위에 화교와 소수 일본 무사집단이 합세해 세운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외교나 문화교류, 교역 등 목적 외에도 종종 전쟁이나 사회혼란, 가뭄에 뒤따른 기근 등 여타 이유로 종종 타지나 타국으로 이주해 갔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까지만 해도 한중일 3국 간엔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인적 교류가 있었다. 19세기 말 이후 화교의 조선·일본 이주, 그리고 1945년 이전 조선인의 일본 이주가 바로 그것이다.

자발적·비자발적 이주를 불문하고 이주자들은 토착사회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활방식, 문화를 전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며 토착사회를 더 역동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토착사회를 좀 더 '열린 사회'로 만들었고, 이주 전에 살던 사회와 토착사회 간 상호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했다.

한중일 3국이 최근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가 상호 적대적이기까지 한 '인식 저하' 문제다.

이와 관련 서울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국제기구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각종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상호 인식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는 30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인 'TCS의 날'(한중일 협력의 날) 행사 역시 그 일환이다.        

한중일 3국은 △공통의 문화를 기초로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2011년 TCS를 설립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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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CS는 한중일을 넘어 아웃리치(outreach)의 일환으로 유엔 등 세계적 규모의 국제기구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TCS는 지난 17일엔 태국 수도 방콕에서 우리 정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와 함께 한중일 3국과 ESCAP의 전문가들을 초청,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인천 등 3국 주요 도시들의 환경보호 노력과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별도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중일 3국 모두 '기후변화'와 함께 '초저출산율'과 '급속한 노령화'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거대한 인류사적 위기 극복을 위해선 3국만이 아닌 국제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TCS는 'A' 'B' 'C' 등 3개의 라틴문자로 상징되는, 인류가 당면한 거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일 정부 및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와도 협력하고 있다.

'A'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 가능성을 의미하는 'Agriculture'(농업·식량 위기), '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 재확산에 따른 보건위기 대두 가능성을 뜻하는 'Biology'(생물학·전염병 위기), 그리고 'C'는 우리가 사는 환경과 직결된 'Climate'(기후변화 위기)을 말한다.

이번 '기후변화 별도 회의'가 열린 방콕은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해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저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방콕은 1200만명 넘는 인구가 밀집한 열대(熱帶) 대도시인 까닭에 전염병에도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태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농업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단 점에서 이번 회의는 유엔 차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TCS는 한중일 3국이 가진 장점, 특히 발전된 전자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기후변화 취약국가 기구, 즉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및 벵골만 기술경제협력체(BIMSTEC) 등과 긴밀히 협력하겠단 의사를 천명해 ESCAP 회원국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식량'(A) '전염병'(B) '기후변화'(C) 문제와 함께 한중일 모두, 특히 한국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초저출산율 지속과 잠재성장률 지속 저하는 한국 혼자만의 힘으론 극복할 수 없는 초국경적(超國境的)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중국 등 이웃나라는 물론,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저출산율과 잠재성장률 하락이란 심각한 국가·사회적 위기에 더해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란 회오리바람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와 잠재성장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 순위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안보가 우선이다' '경제가 우선이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안보 없는 경제'나 '경제 없는 안보' 모두 가능하지 않다.

우리 안보와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라도 먼저 이웃국가인 일본·중국과의 친선 우호관계 증진, 경제·문화교류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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