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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59개 증권사 계약직은 1만1472명으로 집계됐다. 이사와 비등기임원을 제외한 직원(2만6710명)의 42%가 넘는 비중이 비정규직이었다.
이는 금투협의 집계가 시작된 2009년 2분기 기준 계약직 비중(18.8%)과 비교하면 23%p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단순 숫자로도 전체 직원 수는 3만7474명에서 3만8182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계약직 직원은 7078명에서 1만1472명으로 62% 넘게 증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증권사 사업 구조도 기업금융(IB)이 커지면서 계약직이 늘어났다"면서 "IB 인력들은 버는 만큼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을 다들 선호한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계약직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흥국증권(93.8%)으로 나타났고,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이 62.2%로 가장 높았다. 다올투자증권, 한양증권, 하나증권도 계약직 비중이 전체 50%를 넘었다.
물론 증권업계는 IB 인력들이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센티브 체계가 정규직과 달라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고, 수명이 짧은 증권업계에서는 계약직으로 몸값을 키워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조조정 한파가 들이닥쳤을 때는 회사가 가장 먼저 정리할 수 있는 인력이기도 하다. 증권업계에서 선호하는 '전문계약직'은 아무 이유도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순 없지만, 지금처럼 경영상황이 악화됐을 때는 얼마든지 명분을 만들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폭넓게 인정이 된다"면서 "고과를 안 좋게 줄 수도 있고, 연봉 협상에서 비협조적으로 나가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있는 IB와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케이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흔들리는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