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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찌르는 '집주인 바꿔치기'…전세사기 대책 실효성 있나[부동산백서]

임차인 정보접근권 강화·변제우선권 발생 전 매매·담보대출 금지
심각성 인식·가이드라인 제시 긍정적…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2-09-04 06:12 송고 | 2022-09-19 15:17 최종수정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민들에게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떼이는 전세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서민들의 피눈물에 정부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국토교통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건데요. 오늘은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책의 내용은 무엇인지, 정말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실효성은 있을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임차인에게 전셋집과 집주인에 관한 정보를 지금보다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이때까진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맺을 때 제시받은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은 없는지 같은 기본적인 내용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전셋집을 구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임차인이 집을 계약하기 전 세금 체납이나 선순위 권리 관계 등 정보를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전엔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깜깜이로 전세계약을 맺고, 그 상태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보증금을 떼이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앞으로는 임차인이 계약 전 확인을 요청할 경우 정보 제공이 의무화되고, 계약 후에는 임차개시일 전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도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세입자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특약에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효력은 당일이 아닌 그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합니다. 이를 악용한 집주인이 그 사이 집을 팔거나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저당권을 설정하면, 임차인의 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려 전세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시세 산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에 과도한 전세금을 내고 들어갔다가 '깡통전세'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내년 1월부터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적정 전셋값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담보 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임차인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우선 갚는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도 추진하고, 전세 사기 단속과 처벌도 강화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이사철에 맞춰 정부가 일종의 구제안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주된 지적인데요.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면, 실제로 사기를 막긴 어렵단 겁니다. 지능화되고 다양해진 전세사기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보여주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우선 정부 대책의 핵심인 임차인의 정보접근권 강화 수준이 아쉽단 반응입니다. 집주인의 정보 제공 의무는 생겼지만, 세입자가 '확인을 요청한 경우'에 한정됐습니다. 제대로 사용될지 의문이죠. 대부분 세입자가 아쉬운 상황인데, 집주인에게 "세금 밀리셨나요?" 묻기가 어디 쉬운가요. 거기다 집주인이 공개하지 않겠다고 뻗대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청과 상관 없이 제공을 의무화하고, 공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실효성이 생긴단 의견이 나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집주인들도 껄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계약도 맺지 않았는데, 세입자로 들어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니요. 내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될지도 모르는데. 집주인으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죠. 그래서 공인중개사에게 권한을 부여해 매물이 '위험한 집'이 아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게 그만큼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의견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증금 변제 우선권을 갖게 될 때까지 매매나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특약을 명시하는 것도, 법으로 강제한 것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집주인이 맘대로 대출을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걸면 되지 않느냐고요? 길고 긴 민·형사 소송이 끝나면, 집주인에게는 받아낼 수 있는 돈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돈 없으니 배 째라, 하면 세입자만 억울하겠지요.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기 수법이 천태만상인데, 대책은 그 일부에 그쳤다는 겁니다. 일례로 정상적으로 계약을 마친 뒤 중간에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임대인으로 집주인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이 있는데요. 이 경우 계약 전 정보를 다 확인하더라도 피해를 막기 어렵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임대인이 바뀌면 임차인에게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마련됐다면 더욱 촘촘한 대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부가 전세 사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한발씩 나아간다는 것은 긍정적인 지점입니다.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니, 서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자들에게도 경고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세 사기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만큼,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돌다리도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조심히 계약을 진행해야겠습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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