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인터뷰①] 이정은 "'에덴 미용실' 초연, 창작극 도전 보람 느껴요"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7-12-17 09:50 송고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변두리의 한 미용실,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이 펼쳐진다. 미용 경력 20년의 베테랑 성원장을 비롯해 세 명의 여인들은 내숭 없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입담을 주고받다 함께 삶의 유쾌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마냥 외면하고 싶었던 사회적 편견 그리고 비극적인 현실과도 점차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각 여성들이 연대하는 과정부터 성원장과 그의 아들 예쁜이가 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는 변화까지, 무대에서 90분간 그려지는 삶의 희로애락의 중심에는 배우 이정은이 있다. 

연극 '에덴 미용실'(연출 추민주)의 주연 이정은이 연기한 성원장은 그가 30년 가까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도 사뭇 다른 결의 캐릭터다. 성원장은 '엄마=모성애'로 성립되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데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가기까지의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좀처럼 짐작하기 쉽지 않은, 낯선 엄마로 무대에 오른 이정은은 연극이 초연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여성 중심의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는 성취감 만큼은 남다르다. 

이번 연극무대에 오르기까지, 이정은은 2017년 그 어떤 배우보다 바빴지만 "운이 좋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부터 '도둑놈 도둑님'까지 쉴 틈 없이 네 편의 드라마 촬영을 이어갔고 대부분의 출연작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 촬영했던 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유일하게 1000만 영화가 된 데 이어, 영화 '옥자'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배우로서 더욱 의미있는 필모그래피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정은은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더욱 활발해질 활약을 예고했다.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Q. '에덴 미용실'이 이번에 초연됐다. 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빨래' 연출가가 만든 창작 연극이라는 점에서 공연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배우로서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매번 시행착오의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짐작된다.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어떤가.
A. 시간 싸움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대본을 연기로 보여주고 하나의 무대로 완성되기까지의 작업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감독이 그 많은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초연 전 두달 동안은 거의 5~6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작품 생각만 하고 연습했다. 지난 9월부터 배우들, 감독과 호흡을 맞췄는데 요즘엔 공연이 끝나면 힘들어서 (뒤풀이 없이) 바로 집에 간다. (웃음)

Q.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배우로서 얻는 성취감도 남다를 것 같다.
A. 아무래도 기존의 공연은 즐기면서 하는 반면, 창작극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에덴 미용실'이라는 연극을 다 함께 만들어가다 보니까 연출, 배우들도 쉽지 않지만 분명 보람을 느낀다. 무대 뒤에서 빠른 체인지를 해야 하는데 첫날에는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나온 기억이 난다. 지금은 옷 갈아입는 것도 익숙해졌고 각자 안무도 모두 갖추게 됐다. 지금은 차차차를 추는데 처음엔 짜여진 구성이 없던 막춤이었다. (웃음)

Q. '에덴 미용실'의 엄마는 모두가 흔히 생각하는 엄마와는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그 엄마에 어떻게 접근해 갔을까. 
A. 아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엄마로 접근해 갔다. 극 중 '예쁜이'라고 불리는 아들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 엄마는 엄마 같지 않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엄마다. 이건 관객들이 볼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이 엄마는 아들의 내면을 마주해보려고 하는 모성애 넘치는 엄마라기 보다, 여전히 자신이 예뻐보이고 싶어 하고 미성숙한 성인 같아 보이기도 한다. 때론 춤에도 빠지고 종교에도 빠지는 등 인생에서 계속 무언가에 몰입할 대상을 찾는 엄마이기도 하다. 인생은 어떻게 보면 몰입할 대상이 없을 때 흥미가 없다고 하지 않나. 이 엄마는 인생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계속 인생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려 하는 엄마다. 또 나이는 들어가고 인생에서 뭐 하나 잡히는 것이 없던 엄마가 갱년기를 맞이하면서 또 다른 어른의 사춘기라는 과정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걸 아들의 시각에서, 그리고 실제 우리가 봤을 때도 이해하기 어려운 엄마라고 봤다. 엄마들의 갱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자녀들이 실제로도 많지 않기도 하고.

원장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중앙)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원장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중앙)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Q. 연극의 주된 공간이 미용실이다. 미용실이라는 공간과 미용사라는 직업에 배우로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연기하게 되나.
A. 에덴 미용실에 머무르다 가는 다양한 손님들, 그 손님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미용실은 사랑방이라고 봤다. 극 중 성원장을 연기하면서는 직업에 대한 나름의 프로의식이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엄마의 대사 중에 '삼푸를 한다는 건 손님과 교감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미용사라는 직업이 손님의 머리를 예쁘게 만들어주는데 그 자체가 누군가의 자존감을 높여주게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연기로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도 그렇고 하나의 직업이 참 여러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마음으로 '에덴 미용실' 속 미용실 주인 역할에 임했던 것 같다.

Q. 이번 역할을 위해 한달간 미용기술을 연마했다고 하던데. 실제로 머리를 감기는 모습 등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A. 미가형제직업전문학교 원장님께서 이번 연극을 위해 배우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다. 두달 간 가위를 잡는 법부터 파마를 마는 법, 그리고 빗질까지 전부 배웠다. 그중 제가 참석률이 가장 높았다. (웃음) 원장님이 봉사정신이 남다르신 분이신데 그분의 직업 의식을 성원장 캐릭터에 많이 녹여내려 했던 것 같다. 

Q. 다소 선정적인 대사가 많다는 점에서 대사를 소화하는 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연기하면서도 부끄러움을 없애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아무래도 성적 묘사 수위가 높아서 연기하면서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도 없었기에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성적인 이야기들을 무조건 속되다고 생각하거나 마냥 음성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이젠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원장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울먹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원장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울먹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Q. 엄마와 만물상 아줌마, 반장 아줌마 그리고 통닭 아줌마가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연극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배우로서 어떤 성취감을 갖게 되나.
A. 처음엔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다만 여성 인물들의 대사에서 성적 묘사가 직접적인 편인데 이런 요소들이 속되다고 생각하진 않고 소외된 사람들에 머물러 있는 작품의 시각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덴 미용실'이 여성주의적인 연극이라기 보다 인본주의적인 성향을 갖는 작품이라고 봤다. '빨래'에서도 다뤄진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처럼 '에덴 미용실'에서도 분명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그런 이야기에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었고 또 하나의 시선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고 느껴졌다.

Q. '에덴 미용실' 속 대부분의 인물들이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갖고 가는데 엄마에게 가장 감정이 고조됐던 순간은 언제였고, 배우로서도 가장 깊게 몰입했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 
A. 연극 후반부에 아들의 머리를 감겨주면서 하는 말이 있다. 그 순간 엄마의 마음은 앞으로 이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이전 장면에서 스태프 경미를 내쫓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감정이 분명 더 격양됐었지만, '이 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엄마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면서 감정이 고조되더라. 하지만 마음에 있는 모든 감정을 아들에게도 다 표현을 못하고 정적으로 표현할 때 마음이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소리지르고 우는 감정 보다 정적일 때 감정이 더 뜨겁더라. 배우로서도 정적인 행동 안에 있는 감정을 더 생각해보게 됐다.

Q. 연극 배우들은 매일 다른 관객 앞에서 같은 공연을 선보인다. 반복되는 공연에 매번 진실된 감정 연기를 선보이기 어려울 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진정성이 담긴 감정 연기에 고민하게 되는지.
A.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매일 달라지는데, 공연은 왜 안 달라질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연습 때 동선을 분명히 기억하지만 실전에서 즉흥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하는 부분이 생기더라. 가령 관객 분들의 나이대가 어제와 다르다면 무대에서의 배우들의 호흡도 조금씩 달라진다. 또 관객들의 웃음이 길어지면 대사도 지연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호흡은 조금씩 달라지고 배우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반장 아줌마 역을 맡은 배우 이경미(중앙)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성적 환타지를 설명하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반장 아줌마 역을 맡은 배우 이경미(중앙)이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 성적 환타지를 설명하고 있다. 변두리 미용실에서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을 펼치는 연극 '에덴 미용실'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초연한다. (제공 씨에이치수박) 2017.11.06./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Q. '에덴 미용실'에서 아들은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엄마는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A. 극 중 엄마가 나중에 가발을 벗고 메이크업을 지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엄마도 자신이 엄마인 것을 알고 늙어가는 것도 알게 되는 거다. 내 아이를 위해 엄마는 강해져야 하고 본질을 가리려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게 된다. 거울보기가 무섭다던 그녀가 변화되는 과정이 가발을 벗고 메이크업을 지우는 장면으로 드러난 것 같다. 엄마가 제대로 홀로 서는 과정이 아이에게도 중요하다는 것, 그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연극에 담긴 것 같다.

Q. 아들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안승균과의 모자 호흡이 돋보인다. 곁에서 지켜본 후배 안승균은 어떤 배우인가.
A. 위기에 잘 안 휘말리는 배우다. 무대에서 배우에게 그런 상황이 생기면 굉장히 침착하더라. 앞으로 어떻게 역량을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대성할 것 같다. 중심이 단단하고 서두르지 않고 침착한 것이 배우에게 너무 중요한데 반대로 감정의 기복을 덜 즐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사고 좀 치라'고 말하곤 한다. (웃음) 선배인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 좋은 연기란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aluemchang@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