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전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잇달아 방문하며, 정비사업에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임기 중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도입해 정비사업 절차 단축에 집중해 온 오 시장은 임기 후반 들어 각종 규제 철폐안을 연이어 내놓으며 주택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이달 들어 광진구 자양4구역과 중구 신당 9구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도시 정비사업의 '속도전'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는 최근 △높이규제지역 공공기여 완화(3호) △입체공원 용적률 완화(6호) △역세권 준주거 종상향 기준 구체화(35호) △조합 직접설립 보조금 동의율 완화(115호) 등 재건축 속도와 사업성을 높이는 규제 철폐안을 도입했다.
자양 4구역은 '조합직접설립 보조금 지원 동의율 완화' 조항의 첫 대상지로,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 기준이 기존 75%에서 50%로 낮아지며 약 6개월의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전날(23일)에는 신당9구역을 찾아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곳은 '높이 규제 지역 공공기여 완화(3호)' 가 최초로 적용된 곳으로, 용적률과 최고 층수 제한이 완화되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날 오 시장은 △정비구역 지정 2.5년→2년 △추진위원회·조합설립 3.5년→1년 △사업 시행·관리처분인가·이주 8.5년→6년 등 재개발 단계에서 총 5년 6개월가량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여기에 '처리기한제'를 정비사업 전반에 확대 도입해 지연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공공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 제도도 신설해 사업에서 발생하는 지연 및 갈등도 관리할 예정이다.

오 시장이 정비사업 현장을 잇달아 찾는 배경에는 임기 말 주택 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오 시장은 대부분의 발언을 부동산 및 주택정책에 집중됐다. 오 시장은 '주택진흥기금'(가칭) 조성해 정비사업에 서울시 재원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비업계는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성수, 압구정, 개포 등 주요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고, 모아주택을 포함한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조합들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총 145곳, 약 19만 4000가구를 확보했으며, 내년 6월까지 누적 31만 2000가구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전날 방문한 신당9구역에서는 정부의 이주비 대출 제한이 신속한 이주 및 주택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 시장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시사한 만큼, 정비사업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오세훈 시장이 가장 앞에 내세울 수 있는 건 결국 신통기획을 비롯한 주택 사업에서의 성과다"며 "최근 이어지는 현장 행보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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