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논란이 커진 노동쟁의 범위를 다시 정리하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 배분과 공장 이전 등 기업의 경영 결정이 어디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 법률과 하위법령의 기준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시행령과 해석지침 정비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와 광주·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겹치면서, 성과급·투자 등 기업 경영 결정을 어디까지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쟁의권을 확대하고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확대된 노동쟁의 범위의 경계를 시행령과 해석지침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영업이익 배분, 공장 이전 등 경영 결정과 노동쟁의 범위를 별도 지침으로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넓어진 노동쟁의 사유가 성과급, 투자, 경영상 결정까지 확장되면서 현장 혼선이 커져 노동부는 하위법령과 해석 기준을 통해 선을 다시 그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영업이익 배분, 공장 이전 등 경영 결정과 쟁의 범위를 둘러싼 기준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영업이익 배분, 공장 이전 등 경영 결정과 쟁의 범위에 대해 법률에 있는 부분을 지침 등으로 더 구체화하라고 지시하셨고, 이에 따라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조속한 시기에 검토를 마무리하고 어떤 형식으로 기준을 제시할지 결정해 시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기업 영업이익 배분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노조법이 규정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범위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법제처가 명확히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둘러싸고 파업이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행정부가 기준을 제시해 사회적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개정 노동조합법으로,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까지 사용자로 보고, 노동쟁의 대상을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이에 맞춰 마련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정리해고나 대규모 배치전환처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구조조정은 단체교섭·노동쟁의 대상으로 보되, 반도체 공장 신설이나 투자 규모 확대처럼 근로조건 변동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투자의사 결정 자체는 쟁의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정했다.
노동부는 "기업투자, 공장증설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개정 노조법상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행 과정에서 근로조건이 실질적으로 변동되는 부분만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넓어진 사용자·쟁의 범위를 적용하되, 경영 판단 전반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선을 넘는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제도화를 요구하며 파업 결의·투표 등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란이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광주·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두고도 노사정 협의체 구성과 2027년 임단협 교섭 안건화를 요구하며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를 바꾸는 사업인 만큼 노란봉투법상 교섭·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은 개정 노조법상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투자나 공장 신설 같은 사업경영상 결정은 노조법이 규정한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존 해석을 다시 밝힌 것이다.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쟁의 가능 여부 역시 같은 기준에 따라 검토될 것으로 보여, 이번 논쟁이 노란봉투법 이후 노사관계 기준을 다시 짜는 '2라운드 룰메이킹'의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행정부가 이런 기준을 하위법령과 지침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국민 권리를 직접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법률에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시행령, 부령, 규칙으로 필요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으로, 노란봉투법 시행령·해석지침과 향후 추가 지침 정비에 법적 뒷받침을 제공했다.
노동부 해석지침이 확대된 사용자·쟁의 범위에 대한 기본 틀을 제시했지만 재계와 노동계 모두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남아 분쟁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해 온 만큼, 영업이익 N% 성과급과 대규모 투자 결정 같은 사안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 판단을 거치며 기준이 더 촘촘히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의 시행령·해석지침과 노동위·법원 판례가 맞물리면서 노란봉투법 이후 노동쟁의 범위의 실질적 경계가 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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