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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제지 1위 기업 "스마트공장으로 협력사와 '공존 생태계' 만들었죠"

[중기 In&人]협력사와 '디지털 클러스터' 만들어 가는 '태림포장'
협력사 SCM 시스템 구축에 8억원 지원…"상생 기틀 마련"

(시흥=뉴스1) 이민주 기자 | 2023-11-21 08:05 송고
편집자주 지방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만든 부품이 하나 둘 모여 전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한국산 휴대폰이 되고 자동차가 된다. 이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역할이고 힘이다. [중기 In&人]에서는 한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면면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고경석 태림포장 전략기획담당 이사가 경기 시흥시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600개가 넘는 협력사가 카톡, 메일, 팩스 등 제각각의 방법으로 수·발주를 넣고는 했습니다. 이 정보를 취합해 입력하는 데만 직원 100명이 달라붙어야 했죠. 우리만 스마트공장을 도입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협력사에 ERP(전사적 지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데이터 표준화를 도왔습니다. 이들과 디지털 클러스터를 구축한 후 과거 10분씩 걸리던 수주 전산화 작업이 1분 만에 끝났습니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협력사와 함께 스마트시스템을 구축한 '태림포장'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과 '협력사와의 상생의 기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1976년 설립된 태림포장은 농산물, 식음료, 가전제품과 택배상품 등에 사용하는 친환경 포장재를 생산하는 토탈 패키징 전문 기업이다. 전국 9개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4시간 내 생산 현지공급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국 통합망 네트워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거래하는 상자거래선, 원단(종이)거래선만 해도 1400여개사에 이른다. 시장점유율은 20%로 포장·제지 업계 1위 기업이다.

태림포장의 디지털 클러스터인 'T-클러스터' 구축을 주도한 고경석 전략기획담당 이사는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스마트와 다소 거리가 있었던 제지·포장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기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중 하나인 '일반형 디지털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디지털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같은 산업군 내 공동·협업 스마트시스템 구축을 통해 제품 개발·생산과 원재료 관리, 유통·물류 관리, 주문·판매·서비스 관리, 에너지 관리 등 클러스터 컨소시엄 기업 간 연계 및 공동 활용 가능한 스마트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형태다.

15일 경기 시흥시 태림포장 공장 내부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고 이사는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던 시기였으나 골판지, 포장산업은 원지제조공장에서부터 원단제조공장, 고객사를 아우르는 공급망의 부재와 제각각인 비표준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상황이었다"며 "업무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와 상생이 가능한 스마트공장 기준 모델을 만들고자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각 협력사에서 카톡, 팩스, 다양한 방식으로 발주를 받아 이를 일일이 사람들이 손으로 입력하는 식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오류도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며 "1000개가 넘는 거래선과 1만개가 넘는 제품을 거래하는 데, 각사마다 제품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보니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태림포장은 2022년 업계 최초로 협력사와 SCM(공급망 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중기부 지원을 받아 6개 협력사와 디지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첫발을 뗐다.

SCM시스템 구축을 통해 골판지 상자 제조에 최적화된 스타트공장 체계로 수·발주 데이터를 연계하고 생산계획을 자동화했다. 생산부터 납품까지에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업 간 협업체계도 조성했다.

15일 경기 시흥시 태림포장 공장 내부에 로봇팔이 상자를 옮기고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지난해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는 200개 협력사와 SCM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협력사에 ERP 도입과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중기부와 태림포장이 각각 8억원을 출연했다.

고 이사는 "지난해 사업은 중기부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올해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며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주관기관으로 미약하나마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협력사와 함께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데 따른 성과는 업무 전반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먼저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데이터 표준화로 업무 효율이 30% 향상됐다. 업무 효율화로 영업지원 인력 100명 중 40명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할 수 있게 됐다.

고 이사는 "수작업 기반의 업무 프로스를 개선해 생산데이터의 정합성이 높아졌다"며 "우리뿐 아니라 협력사의 업무 효율도 30% 이상 향상됐고 협력사에 생산부터 납품까지 진행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서 서비스 질도 높아졌다"고 했다.

15일 경기 시흥시 태림포장 공장 내부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장기 목표는 태림포장이 선두기업이 돼 낙후된 제지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표준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DT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구조에서 디지털의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을 이른다.

전 협력사와의 SCM 구축은 3개년 내 완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작업에 내년과 내후년 각각 10억원을 투자한다.

고 이사는 "동종 업계 전반의 DT 수준을 높이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사 사업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선두에 서서 제지업계의 DT 표준모델을 확립하겠다. 이는 곧 상생의 기틀 기반으로 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 시설 전반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고도화 2단계를 목표로 한다. 공장 내부도 더 자동화해 생산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나아가서는 물류시스템까지 완벽하게 한 시스템에서 제어가 가능한 전 자동화 공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고민하는 후배기업에게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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