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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핏빗도 우리 제품 씁니다"…제주반도체 "매출 1兆 목표"

[인터뷰]박성식 대표 "대만·중국 턱밑 추격…정부지원 절실"
"日무역보복, 핵심부품 수급 타격…한국 반도체 위기 상황"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9-07-17 08:00 송고 | 2019-07-17 16:41 최종수정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 뉴스1

"5조~10조 규모의 저전력·저사양 메모리 반도체 시장 대부분은 대만 업체가 영위하고 있지만, 한국의 제품 설계력이 그들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우리도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이사가 삼성전자를 나와 창업에 도전한 이유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15년간 잔뼈가 굵은 반도체 전문가다.

박 대표는 "지난해 워낙 반도체 경기가 좋아 실적이 좋았지만 올해는 환경이 어려워 힘겨운 상황"이라면서도 "주목하지 않는 시장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어서 장기적으로는 매출 1조원까지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독립해 제주반도체를 설립한 박성식 대표는 지난 12일 경기도 판교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도하고 있는 고사양 메모리 시장은 넘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쓰임새가 다양한 저사양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었다. 틈새시장 공략 전략은 맞아떨어져 지난해 매출 1487억원,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제주반도체 제품은 독일 명차 아우디는 물론 웨어러블 기기 핏빗(Fitbit) 등에 탑재되고 있다.

◇대만 독점구조 '일본식 보복' 가능…기술유출 원천봉쇄책은 국내생산

제주반도체는 통신 모듈에 채용되고 있는 SLC 낸드와 LPDDR 1/2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LTE통신 모듈과 스마트 IoT 제품(전력, 수도, 가스 등)에 제주반도체 제품이 탑재된다. 자동차 통신 모듈에도 수요가 느는 추세다.

향후 5G와 사물인터넷(IoT), Automotive, Smart City 등 미래 전력산업 분야와 관련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확장될수록 제주반도체 주력제품 매출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Automotive 향 제품(OctaRAM)과 5G 통신 모듈에서 사용되는 LPDDR4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스마트 시계 등에 사용되는 소형 패키지 제품과 아몰레드 패널용 전용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안정적인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팹리스(Fabless) 업체인 제주반도체는 생산 전량을 대만에 위탁하고 있다.

월 12만장의 생산능력을 가진 양산공장을 하나 세우려면 17조~18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이 정도 자금 투입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나 가능하다.

제주반도체의 글로벌 점유율이 1~2%에 불과해 아직은 대만의 견제가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매출이 늘수록 어깃장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최근 일본의 무역보복과 흡사한 구조인 셈이다.

박 대표는 "대만이 100% 영위하고 있던 시장에 뛰어들어 거의 전량을 해외에 판매하며 수출에 기여해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고 자부심을 표하면서도 "하지만 대만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그대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국내의 우수한 반도체 공장 라인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적 관점보다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쩔 수 없이 대만에 위탁생산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설계기술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박 대표는 "중국이 반도체굴기 기치 아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도 대만 및 중국 업체들과 협업을 하면서도 기술유출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대규모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우리 제품을 세세히 분석하면 유출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나 대만으로의 기술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위해 생산라인 일부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노력들은 일개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팹(Fab)이 있어야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강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육성, 그리고 대기업의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제주반도체 이미지© 뉴스1

◇"일본 무역보복,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매우 곤란한 상황"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 무역보복에 대해 "일본에서 수출 제한 조치를 한 3가지 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있어 매우 매우 중요한 품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것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하다"며 "이외에도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중요 소재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데 이것까지 수출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비 보복이 제주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가격 상승에 따른 전체 시장변화 영향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산을 전량 대만에 위탁하는 구조가 이번 일본 무역보복 국면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웨이퍼 생산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체 개발해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반도체는 지역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모범적인 기업으로 평가된다. 제주에 둥지를 틀면서 제주대학교와 산학협력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을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하면 제주반도체에 우선 채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구인력·기술자를 보내 교육시키고, 교육한 학생을 채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지역인재 채용에도 힘쓰고 있다"며 "100여명 중 3분의 2가 연구직"이라고 말했다.


eon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