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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급증하는데…내년 예산은 8% 줄어 '홀대'

20억 줄어든 245억 편성해 국회 제출…'기금' 의존 구조적 문제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 시급한데 내년 1곳 신설 그쳐

(세종=뉴스1) 이진성 기자 | 2017-09-15 06:2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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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를 뿌리뽑겠다며 예방과 교육,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을 내세운 정부의 의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 등의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올해 266억2900만원보다 20억8100만원(7.8%) 줄어든 245억4800만원이 편성됐다.

이대로라면 지난 2015년의 252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어서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이 주목된다. 

현재 아동학대 관련 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지만 재원의 대부분은 복지부 예산(일반회계)이 아니라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무부)과 복권기금(기획재정부)에서 나온다. 두 기금에서 나오는 돈으로 각각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운영하는 구조다.

내년 예산안에선 아동학대 관련 예산의 76%인 187억3300만원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 19%인 47억900만원은 복권기금, 나머지 11억600만원은 일반회계로 짜여졌다.
당초 복지부는 매년 아동학대 발생이 급증하는 점을 감안해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과 부모 교육이나 캠페인 강화 등을 위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올해 182억9700만원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건수는 2015년보다 54.5%나 급증한 2만9669건이었고, 학대로 판정된 경우는 1만8573건에 달했다. 아동학대 사망자도 지난 2012년 8명에서 지난해 36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 60곳에 불과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180억원 수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편성으로는 운영 중인 60개 아동보호전문기관를 유지하는 데에도 빠듯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곳도 새로 문을 열지 못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신규 증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겨우 1곳을 늘리는 계획이 잡혀 있을 뿐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모든 시군구에 1곳 이상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도록 돼 있는데, 이 상태라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군구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의무를 준수하고, 아동학대 전문상담원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짜는 첫 본예산인 내년 예산안에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홀대를 받은 것은 일반회계가 아니라 기금에 의존하는 재원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만 해도 여러 부처에서 함께 사업에 활용하다보니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특정 부처에만 몰아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불거진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예산을 일반회계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무부와 기재부 등 다른 정부 부처의 반대가 심하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무부 등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려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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