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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국제담합 조사는 오래 걸려…공소시효 늘려야"

정부,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공정위 조사시점·고발시점 등으로 유연하게 해야"

(세종=뉴스1) 이준규 기자 | 2017-09-03 10:32 송고 | 2017-09-03 14:53 최종수정
 
 


국제 카르텔(담합) 사건을 장기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소시효를 불과 18일 남긴 상태에서 이를 검찰에 고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제 담합 사건 등의 특수성을 감안한 공소시효 개정이 추진된다.
3일 공정위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제 카르텔 사건의 공소시효를 5년으로 제한한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뉴스1 기자와 만나 "아무래도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가 늘어나면 좋을 것"이라며 "특히 국제 카르텔 사건의 경우 특수성을 감안해 공소시효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국제 카르텔 사건의 공소시효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공정위가 지난달 18일 4개국의 국제 자동차 해상운송사업자 8개사를 검찰에 고발한 일이 공소시효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4년여의 긴 조사 끝에 담합 혐의를 확정해 과징금 43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까지 진행한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형소법상의 공소시효가 고발 시점으로부터 불과 18일밖에 남지 않았기에 공소를 위한 혐의점을 찾아내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검찰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국제 카르텔 사건의 특성상 얼마든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카르텔 사건 조사는 국외 기업들의 담합이 있었는지, 그 담합이 국내 기업에게 어떠한 피해를 얼마나 입혔는지에 대한 소명 책임을 공정위가 지는 조사다. 미국의 유죄인정합의(Plea Agreement)처럼 피조사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이를 수용하고 제재의 정도를 조율하는 조정제도가 없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

외국 사업자다보니 자료 제출이나 소환조사 등에도 어려움이 따르다보니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사건처럼 조사 대상 기업의 국적이 다양할 경우 사정은 더욱 여의치 않다.

인력부족도 문제다. 과장을 포함해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공정위 국제카르텔과 직원이 모든 국제 카르텔 사건을 담당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제 카르텔 사건은 조사에 5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도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제재 결정 한 달 전에 미리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 협조에 나서기는 했지만 조사기간을 쉽게 줄이지 못해 하루하루 속이 탔다"고 하소연했다.

형소법 공소시효는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고 엄격하게 적용된다. 형사소송법은 제252조를 통해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 제249조를 통해 담합사건 유죄에 대한 법정형의 경중에 따라 공소시효를 '5년'으로 못박고 있다. 이번 사건은 종료시점이 2012년 9월 5일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도 오는 5일로 만료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공정거래법상 행정제재 공소시효가 공정위의 느긋한 조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은 제49조를 통해 제재 불가 시점을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일로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 위반행위의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규정해 최대 12년의 공소시효를 보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제 카르텔 사건의 특성,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부터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도 하고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국제 카르텔 사건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에서도 굉장히 시간이 걸리는 사건"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제 카르텔 사건에 대해서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형소법상의 공소시효를 "범죄의 발생시점이 아니라 '공정위가 조사한 시점부터'이나 '공정위가 고발한 시점부터' 등 추가적인 요건이 있으면 좋겠다"며 "국회에서 잘 해결해 주시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해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형소법상 공소시효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법무법인 평안의 최봉균 변호사는 "형사법의 원칙상 공소시효제도를 꼭 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법자가 주어진 재량으로 법적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광범위하게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국제 카르텔 사건은 그 특성상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명확하다"며 "공정위와 검찰이 공소시효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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