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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리뷰] '잔혹 동화'로 풀어낸 아동학대…연극 '할미꽃 멜론씨'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기획초청 '세월호' 5주차 작품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7-08-06 10:01 송고 | 2018-06-24 11:51 최종수정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이하 '할미꽃 멜론씨')는 썩은 과일을 먹을 때처럼 물컹하고 뒷맛이 떫다. 지난 3일 개막한 이 작품은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 선보이는 '세월호 2017 프로젝트'의 초청작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

극작가 윤미현은 동화적 상상력을 빌어 '아동 학대'라는 큰 고통을 겪는 과정과 이후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아동 학대는 세월호와 별개의 참사지만 사회적 파장과 아이가 겪을 후유증을 놓고 볼 때 양상이 닮아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2014년만 놓고 보더라도 전국에서 아동학대 1만27건이 일어났으며, 대구에선 세 살 아이가 개목줄에 목을 묶인 채로 부모에게 상습 폭행당해 사망하는 등 아동 14명이 사망했다.

연극 '할미꽃 멜론씨'는 이웃사촌인 꼬맹이네와 망명이네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아동 학대'가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삶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 지를 드러낸다. 극중에서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친부모와 계모다. 실제로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5% 이상이 친부모이며, 계·양부모는 4~5%에 머무르고 있다.

꼬맹이 남매는 부모가 화단에 번갈아 눕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자 불안해 한다. 부모의 이상행동은 빚 때문이다. 이들은 잘살아 보겠다며 숲속 나막신 공장을 매입했지만 나막신이 팔리지 않아서 늘어난 건 빚더미 뿐이다. 꼬맹이 가족이 도망가려고 짐을 싸는 상황에서 남매는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이니까 메론도 가져가자"고 우긴다.

꼬맹이 남매 이야기는 동화 '헨젤과 그레털'와 비슷하다. 동화에선 부모가 남매를 숲속에 버리지만, 연극에선 부모가 꼬맹이 남매를 붕괴 직전의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에게 맡긴다. 남매가 부모를 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야기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와 다르게 흘러간다. 부모를 못 만난 남매는 썩은 메론씨를 채변봉투에 담아서 아파트로 되돌아온다.

이웃사촌인 망명이 가족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꼬맹이 남매가 무책임하게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라면 망명이 형제는 지속적 가정 폭력을 겪고 성장한 아이들의 후유증을 다룬다. 계모가 망명이 형제를 지속적으로 학대하지만 아버지는 곁에서 방관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형은 도사견에게 옆구리를 물려 정신 이상을 보이고, 동생은 계모가 내리친 부엌 도마에 머리를 맞거나, 마당 평상에서 몸에서 피가 날 만큼 때를 밀려야 했다.

성장한 형제는 부모의 방식으로 복수한다. 동생은 자신을 학대했던 계모의 방식을, 형은 아버지의 방관했던 방식을 따라한다. 동생은 때밀이가 되겠다며 계모와 아버지를 마당 평상에 번갈아 눕혀 놓고 피가 흘러내릴 때까지 괴롭힌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형은 유효기간이 지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면서 동생의 학대를 말리지 않고 지켜볼 뿐이다.

윤미현이 쓴 희곡 '할미꽃 메론씨'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 극단 그린피그를 거쳐 더욱 잔혹한 연극으로 완성됐다. 윤한솔 연출은 어쩌면 작가가 서정적으로 표현하길 바랐던 장면마저도 남김 없이 기괴하게 표현했다.

꼬맹이 부모는 삐에로를 흉내낸 관절인형이 움직이듯 연기하고, 유일한 방관자인 할미꽃단란주점 사장 할머니는 타이거 마스크를 쓴 프로레슬러처럼 분장한다. 또, 붕괴 직전의 아파트 장면에선 시도 때도 없이 천장에서 모래더미가 쏟아지고, 동생 망명이 부모의 때를 미는 장면에선 핏빛 물이 객석까지 여러 차례 튀긴다.

연극 '할미꽃 멜론씨'는 노부부와 꼬맹이 남매만 남겨진 아파트가 굉음 속에서 붕괴하면서 막을 내린다. 출연 배우들이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커튼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극단 그린피그의 이번 작품에선 '극작가의 과욕'이 아쉬웠다. 꼬맹이 남매와 망명이 형제 이야기를 병렬식으로 구성했지만 두 이야기가 맞물린다는 인상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버림받은 아이들이나 복수하는 아이들이나 둘 다 매력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해 파고 들었다면 관객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래더미를 맞아가며 열연했던 배우들을 측은하게 바라보진 않았을 것이다.

'할미꽃 메론씨'는 폐막일인 6일까지 전회차 매진됐으며 예매취소분에 한해 현장 대기자가 관람할 수 있다. 한편,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 주최하는 기획초청공연 '세월호'는 마지막 6주차 공연인 연극 '윤리의 감각'과 '비온새 라이브' 두 편을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무대에 함께 올린다. 관람료 1만5000~2만5000원. 문의 (010)8826-1316.

다음은 연극 '할미꽃 멜론씨' 최종 연습 사진이다.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연극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멜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공연사진가 박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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