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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해산 심판' 정부-통진당 참고인 내세워 '대리전'

내란음모 선고 후 첫 변론기일…양측 재판결과 언급 안해
정당해산 요건·통진당 강령 위헌 여부…참고인 진술
정부측 "해산요건 충분" vs 통진당측 "정당해산제도 모순"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맹하경 기자 | 2014-02-18 07:42 송고
1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정당활동 가처분신청 사건 2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통합진보당의 운명을 결정할 정당해산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2차 변론이 18일 열렸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나서 설전을 주고받았던 양측은 이날 참고인들을 통한 대리전을 펼쳤다.

정부 측 주요한 근거로 제시됐던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이 나왔지만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다.

헌재는 통진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정당활동 가처분신청 사건(주심 이정미 재판관) 2차 변론기일을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했다.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재판부는 통진당이 '자주적 민주정부'를 핵심적 가치로 주장하면서 '자주는 완전한 주권 확보'라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가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통진당 측 이재화 변호사는 "현재 상태는 자주적인 국방·외교를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경제체제도 대외의존적인 경제체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전한 자주적 정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에서 수출·수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대외적 의존도가 높아 자주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 경제에서 대외적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논문이나 다른 자료로 충분히 나온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정부 측에 대해서도 통진당 강령 중 '진보적 민주주의'에서 가장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는 부분이 어디냐고 질문했고 정점식 서울고검 공판부장은 "2단계 혁명론에 따라 사회주의와 동일한 혁명을 추구한다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후 변론은 정부와 통진당 측 대리인이 나서는 참고인 진술로 진행됐다. 참고인 의견 진술은 ▲정당해산의 요건 ▲통진당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로 나눠졌다.

정당해산 요건, 해산결정 효력 등 정당해산심판제도와 관련해 정부 측에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정당해산 제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방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권세력에 의한 자의적 정당해산을 차단해 정당을 보호하는 측면도 갖고 있다"며 "활동이 헌정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헌성이 확인될 정도면 정당해산 요건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진당 활동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통진당 강령 등에 나타난 목적은 위헌이라고 판단된다"며 "노동자, 농민 등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사회주의적·계급주의적 색채를 지녔고 강령해설자료집에서도 계급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강령이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위헌성이 인정되냐는 재판부 질문에 "실현 가능성이라는 것은 현 시점에서의 실현 가능성이고 우리나라는 남북대치상황이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여러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목적의 내용에 대한 검토를 통해 얼마든지 위헌 여부가 확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로부터 질문 기회를 얻은 통진당 측은 김 교수가 앞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통진당이 대한민국 국기와 애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던 부분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내용이냐고 추궁했다.

예상치 못한 지적에 김 교수는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 것으로 '만약 그렇게 된다면'이라는 전제(로 사용한 표현)"라며 "저는 잘 모른다. 제 의견을 말한 것일 뿐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증거를) 갖고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났다.

이에 맞서 통진당 측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법질서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를 위한 장치는 정당해산제도가 아니라도 국가보안법 등 과잉상태"라며 "정당해산제도는 정치적 자유와 그 폭을 잘라내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모순점을 품고 있고 정당의 자유에 대한 긍정적 기능들을 힘으로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 교수는 "당원 일부의 주장이 얼핏 이상에 치우쳐 북한에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적기가'만 불러도 처벌받는 국보법과 국정원 등 감시체계가 구축된 대한민국에서 당 전체가 그런 노선을 추종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위법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면 개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당해산 사례로 제시한 독일 사례에 대해서도 "독일의 정치권도 역시 정당해산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민심을 의식한 선거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 강령은 명시적으로 폭력, 선동 등 취지의 강령을 내세울 일이 없는데도 정당의 목적과 개념을 분석하면서 숨은 목적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재판부 질문에 "은폐된 목적도 해산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려면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통진당이 사회주의 폭력 혁명을 추구한다고 하는 것이 입증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말로서 허구성을 얼마든지 규명해낼 수 있고 그래서 해산의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국민들에게서) '아웃사이더'로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테러리스트화 돼 지하화되면 더 감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앞서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해 가처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어 이 사건을 두고 견해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구체적 사건을 두고 인식의 발전이 이뤄진 것"이라며 "사실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기술했는데 구체적 사건을 눈앞에 두고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어 통진당 강령에 대한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부 측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통진당 측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서 각각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3차 변론기일에서는 정부 측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과 통진당 측 정찬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가 나서 또 한 번 통진당 강령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에 대해 진술할 계획이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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