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 기습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0명이 넘는 인질을 붙잡아 가면서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던 이스라엘이 대응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하마스의 본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붓고 있지만 인질 수가 늘어날수록 이 전략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인질들의 존재가 하마스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아랍에 매체 알가드에 인질 100명 이상을 붙잡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도 30여명이 가자지구에 억류됐다고 주장했다.
인질 중에는 군인들과 민간인,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스라엘 측은 이들의 정확한 수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피의 보복'을 예고하며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지만 이들 인질의 존재로 추가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인질들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무차별적인 공격은 인질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아론 밀러 선임연구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비하고 팔레스타인 포로와 교환하기 위해 '보험'으로 붙잡았다는 것이 잔인한 현실이다"며 인질 수가 많을수록 이스라엘의 대응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실제로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죄수들이 풀려나기 전까지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약 45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이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교환한 사례들이 있다.
하마스는 2011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5년간 억류했던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돌려보냈다. 또 1985년에는 이스라엘 병사 3명과 팔레스타인 죄수 1150명의 교환 석방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와 협상한다면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의 입지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 내에서 초강경 대응 요구가 큰 만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협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섣불리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로이터는 "가자지구의 면적은 작지만 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어 전쟁을 벌이기는 어려운 지역이다"고 평가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했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전 총리는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계속 점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인질들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지상군을 투입하면 인질들이 희생될 위험도 있다. 에후드 야리 이스라엘 정치평론가는 AP통신에 "지상 작전이 시작되면 하마스가 매시간마다 인질을 처형항겠다고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결국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카네기중동센터의 마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건물을 폭격하고 지도자를 암살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어떠한 고통을 주더라도 하마스의 공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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