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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자료사진) 2021.3.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61·사법연수원 22기)이 처음 만난 사업가에게서 부적절한 골프·식사를 대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헌재의 신뢰와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재판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는데, 향후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의 초청으로 골프 모임에 나가 사업가 A씨로부터 골프와 식사접대를 받았다.
당시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었던 A씨는 재산분할과 관련한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이 재판관이 '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알고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골프모임에 함께한 B변호사를 통해 현금 500만원과 골프의류를 이 재판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변호사는 현금과 의류를 이 재판관에게 전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재판관은 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덕담 차원에서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잘 하시라고 했던 정도였다"며 소송 관련 조언이나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이 재판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수처법에 따라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실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란법은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데다가 이 재판관이 받은 골프접대 비용은 30여만원 수준으로, 1인당 100만원을 처벌기준으로 내세운 청탁금지법 적용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공직자가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이기 때문에 이혼소송에 대한 직무 관련성이 없어 뇌물죄 등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실제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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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헌법재판소 공무원 규칙에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징계규정이 없어 헌재 내 징계도 쉽지 않다. 헌법재판관은 국회를 통해 탄핵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해임될 수 없다.
이 재판관의 혐의가 수사나 처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헌법을 해석하고 국민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관으로서 접대 논란을 일으킨 것 자체만으로 헌재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이 재판관 스스로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변호사는 "현직 재판관이 접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고 골프뿐만 아니라 식사비용까지 계산해서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논란 이후 논평을 내고 "재판 청탁이 오고간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소, 나아가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영진 재판관은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재판관은 한 언론을 통해 접대 의혹이 제기된 이튿날인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여름 휴가로 출근하지 않았다. 8일 예정대로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이 재판관은 자가격리가 끝난 뒤인 오는 12일 출근할 예정이다.
hahaha828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