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약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보다 성북·서대문·강서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10% 가까이 오르고 전세 매물은 16.9% 감소했다. 향후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대규모 이주 수요까지 예정돼 있어 임대차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10.41%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매입에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해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에 따라 최대 2억~6억 원으로 차등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오름세였지만, 상승 폭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대비 상승세가 제한적이었던 비강남권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
1년간 자치구별 집값 상승률을 보면 성북구가 1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대문구(14.40%) △강서구(14.39%) △구로구(13.69%) △중구(13.49%) △동대문구(13.42%) △노원구(12.52%)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강남구(1.4%)와 서초구(3.35%)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9.11%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성북·서대문·구로·노원구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MZ세대와 젊은 맞벌이 부부가 출퇴근이 편하고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을 매수하면서 성북구 등 강북권 일대 집값이 유독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비강남권 대단지에서도 거래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10·15 대책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 단지는 강북구 'SK북한산시티'(244건)였다. 성북구 '한신·한진'(207건)이 뒤를 이었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이어졌다. 성북구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59㎡는 지난달 5일 15억 90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초 같은 면적 아파트가 12억 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 4000만 원 올랐다.
강북권 대비 강남권의 상승세가 제한된 것은 세제 정책 영향도 있다. 5월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절세 목적의 매물이 나온 데 이어 8월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반포·압구정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가격 상승세도 주춤했다는 해석이다.
임대차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감소의 한 요인으로는 10·15 대책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가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입할 경우 허가 후 4개월 안에 입주해야 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2만 311건)은 지난해 10월 16일(2만 4421건)보다 16.9% 감소했다. 이날 기준 노원구 대단지 '월계 그랑빌'(3003가구)의 전세 매물은 불과 1건이었다.
동시에 전세의 월세화도 뚜렷해졌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50.92%)은 절반을 넘었다.
전셋값 역시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9.96% 올랐다. 최근 강북권에서도 전용 84㎡의 전셋값이 10억 원을 넘는 사례가 나왔다. 성북구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8월 중순 11억 원에 전세 계약(신규)을 체결하며 신고가를 썼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 매물 희소 현상이 계속되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외곽 지역일수록 전세대출 의존도가 높고, 보증금 부담을 크게 느끼기에 보증부 월세 계약이 많아지고 순수 전세 매물이 희소해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서울 임대차시장의 변수로는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꼽힌다. 연내 이주가 예정된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는 11곳이다. 노량진 1구역(3897가구) △노량진 3구역(1038가구) △북아현 2구역(2862가구)이 대표적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4424가구)는 내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주변 전월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이주가 임박한 서울 주요 단지 11곳은 총 1만 1000가구로, 이는 서울 임대차 매물 3만 6000가구의 30%에 해당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는 전월세 가격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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