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수도권 아파트를 겨냥한 고강도 규제 이후 투자 수요가 빠르게 서울 재개발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파트에 적용된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고 초기 투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갭투자 수요가 재개발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장위 15구역'은 지난달 29일 총회에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한 이후 매물 문의가 급증했다. 약 1조 4662억 원 규모 사업으로 지하 5층~지상 35층, 3317가구(임대 757가구 포함)가 들어서는 대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타나고 있다.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23㎡ 대지지분 매물이 6억 1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연초 대비 약 1억 원 상승했다. 초기 투자금이 약 4억 원으로 낮아 진입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완공된 인근 아파트인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가 13억 원대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시세차익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15구역은 시공사가 선정되자마자 웬만한 매물은 다 팔렸고, 일부 조합원들은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재개발 후 신축 힐스테이트 단지가 들어오면 인근 아파트 대비 가격 면에서 훨씬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주요 재개발 구역 내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매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강화됐지만, 비(非)아파트 주택은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전세 보증금 활용이 가능한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지 않은 재개발 구역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며, 2018년 1월 24일 이전 인가를 받은 단지도 부칙 적용으로 거래가 허용된다.
북아현 2·3구역 역시 여전히 인기다. 북아현 3구역은 최근 1년간 매매 가격이 4억~5억 원 상승했다. 초기 투자금은 10억 원 이상으로 높지만, 도심 입지에 따른 미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초기 투자금은 13억 원 이상이지만 인근 아파트 대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며 "문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 2.0을 도입하며 재개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 또한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은 이달 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예고했다. 개정안 핵심은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재건축과 동일하게 70%로 낮추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초기 단계 사업 추진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화된 규제로 아파트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면서 재개발 빌라 쪽으로 수요가 유입되는 흐름"이라며 "다만 재개발은 사업 지연 요인이 많아 권리관계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erra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