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사고는 지하 깊은 곳 암반에 존재하던 약한 틈, 즉 암반이 갈라져 연속성이 끊긴 약한 면(불연속면)이 지하수위의 급격한 하락과 노후 하수관 누수로 더 약해지면서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위험이 다른 도심 터널 공사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지반조사 기준과 지하수 관리, 터널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박인준 교수, 이하 사조위)는 서울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결과를 통해 지하 깊은 곳까지 풍화가 진행돼 약해진 지반층인 심층풍화대에서 불연속면이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관 누수로 더 약해지며 미끄러진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터널 외벽에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압력이 작용해 붕괴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사조위는 현장시료 채취, 시추조사, 품질시험, 관계자 청문 등 26차례 회의를 열고 드론영상 기반 3D 모델링과 수치해석을 통해 다양한 붕괴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조사 결과 3개의 불연속면이 교차하며 형성된 쐐기형 블록 구조가 터널 붕괴의 결정적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지점은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로 기존 지하수위가 약 18.6m 하강했으며, 인근 노후 하수관이 누수로 인해 추가적인 지반 연약화를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하수관 실태조사에서 균열과 단차가 발견됐지만 보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사조위는 시공 과정에서 터널 굴착면 상태를 측면 방향으로 펼쳐 기록하는 굴진면 측면전개도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와 지반 보강재 주입공사 시방서가 미비한 점도 확인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사조위는 지반조사 간격 축소, 굴진속도 관리, 지하수위 조치요령 개선, 비배수터널 공법 권고 등 설계·시공 관리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엔 3열 중첩 강관보강 그라우팅 공법 적용과 터널 전문가 투입, 디지털 매핑 기반 굴진면 평가체계 강화도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는 사조위의 제안을 토대로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지반조사 설계기준'을 개정해 도심지 비개착터널 공사의 지반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강화하고,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을 개정해 누적 수위저하량 기준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또 굴착 전과 되메움 후 3개월 이내 지반탐사를 의무화해 지하시설물 점검 실효성을 높이고, 지반침하 위험이 큰 구간은 탐사 주기를 단축하도록 '지하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굴진면 분석이 어려운 구간엔 온라인 평가시스템 도입도 검토된다.
국토부는 서울시·지자체·유관기관과 협력해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공구 현장에 대해 버팀보 미설치와 낙하물 방지망 부실 등 안전관리 미흡 사례를 적발해 시정조치를 완료했다.
박인준 사조위 위원장은 "사고결과를 종합한 최종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해 제도개선과 후속 조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사결과를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즉시 통보하고, 관련 현장에 대한 행정조치와 수사를 병행해 사고예방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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