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北대사관에 '비밀감옥'…"배반자 전신 깁스시켜 북송"

인권단체 "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블랙사이트' 운영"
"체제 이탈 정황 포착 시 감금 후 고강도 취조"

본문 이미지 -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발표한 이슈브리프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에 기재된 주중북한대사관 내 각 건물의 주된 용도와 지하 감옥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곳.(TJWG 제공)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발표한 이슈브리프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에 기재된 주중북한대사관 내 각 건물의 주된 용도와 지하 감옥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곳.(TJWG 제공)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지하에 비밀 구금시설인 이른바 '블랙사이트'(black site)를 설치해 망명을 시도하는 외교관과 해외 파견자 등을 불법 감금·취조한 뒤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발표한 보고서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TNR·Transnational Repression): 중국'에 따르면 TJWG는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베이징 북한대사관의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 감옥'이 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한 대북사업가는 TJWG에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 감옥이 있다. 지하에 되게 큰 감옥이 있다"라고 진술했고, 전직 북한 외교관도 "영사부 빌딩 지하가 감옥 역할을 한다"라고 증언했다.

TJWG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주요 표적은 외교관과 유학생, 당 간부, 특수 파견자 등 해외 체류 북한 주민 가운데 망명을 시도하거나 그럴 조짐을 보이는 인물들이다. 북한은 이들을 속여 베이징으로 유인한 뒤 대사관에 감금하는 유인책도 구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붙잡힌 인물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영사부 지하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반복적인 취조를 받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러한 작전의 중심에는 북한 국가정보국(옛 국가보위성)에서 해외 공관에 파견된 이른바 '안전대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대표는 공식적으로는 영사 직함을 사용하지만 해외 파견 북한 국적자에 대한 감시와 추적·송환을 총괄한다고 TJWG는 설명했다.

해외 파견자가 무단 이탈하면 각 파견 단위의 정보지도원이 상부에 보고하고, 안전대표는 이를 취합해 12~24시간 안에 평양에 보고한다. 이후 평양의 지시가 내려오면 현지 정보지도원들이 사실상의 '체포조'로 전환돼 표적의 신병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적으로 추적하기 어려운 경우 마약 혹은 총기 불법 소지 등 허위 범죄 혐의를 씌워 중국 경찰에 체포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TJWG는 주장했다.

붙잡힌 사람은 대사관 지하 구금시설에서 북한의 형사절차상 '예심'에 해당하는 취조를 받은 뒤 평양의 지시에 따라 북송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TJWG는 이를 '감시·통제→추적·체포·구금·취조→송환·처벌'의 3단계 구조로 정리했다. 취조 결과는 본인의 처벌뿐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인물에 대한 연좌 처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TJWG의 설명이다.

본문 이미지 -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지하감옥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해커 '배용주'의 여권.(TJWG 제공).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지하감옥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해커 '배용주'의 여권.(TJWG 제공).

TJWG는 비밀 감옥 수감 후 북송된 북한 해커 배용주 씨의 사례도 공개했다. TJWG에 따르면 배 씨는 중국에서 활동하다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몽골을 거쳐 몽골로 넘어가려다 중국 당국에 붙잡혔다.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약 6개월간 조사를 받은 그는 선양 북한총영사관을 거쳐 베이징 북한대사관으로 넘겨졌다. 이후 영사부 지하 구금시설에서 취조를 받으며 약 1년여간 강제 구금되었다가 북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북한은 배 씨의 도주와 저항을 막고 일반 승객들에게 북송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의 전신을 깁스한 채 휠체어에 태워 환자로 위장, 베이징발 평양행 항공편으로 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TJWG는 그동안 배 씨의의 탈북 가능성을 고려해 사건 공개를 미뤄왔지만, 내부 제보자를 통해 현재 그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에 실명을 공개했다.

TJWG는 이 같은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행위를 △북한 기관원이 중국 당국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경우 △중국이 북한 체포조의 활동을 인지하고도 묵인하는 경우 △중국 당국이 추적·체포·조사와 신병 인계에 적극 협력하는 경우 등 세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TNR은 심각한 국제 범죄이자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법주권과 적법 절차도 훼손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 당국의 묵인·방치 여부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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