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배드' 꿈꾸던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공급 총책 검거

캄보디아 은신…국정원, '해외정보망' 가동해 소재 파악
'시그니처 필로폰' 만들어 한국 공급 계획…2.7만 명 투약분 압수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지난해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필로폰 공급 총책이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그는 미국의 마약범죄 소재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주인공처럼 파란색 필로폰을 만들어 한국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마약음료 사건 공급 총책 중국인 A씨(38)가 지난 16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됐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한국 수사망을 피해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하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캄보디아 경찰의 '4각 공조'에 덜미가 잡혔다. 국정원 등 한국 수사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지만, 체포 현장에서 필로폰과 제조 설비가 발견돼 캄보디아법에 따라 현지에서 처벌받게 됐다.

국정원은 사건 발생 직후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인 A씨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지난해 12월까지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국정원은 지난 1월 여행 가방에 필로폰 4kg을 숨겨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중국인 B씨(34)를 적발해 배후를 추적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포착된 공급책이 마약음료 사건의 공급 총책 A씨였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법망을 피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필로폰을 공급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대검찰청 마약과,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 캄보디아 경찰과 A씨 검거를 위한 공조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INTAC)의 역할이 컸다는 게 국정원 측 설명이다.

국정원은 INTAC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A씨 검거의 중요성을 설명해 전담 추적팀 편성을 이끌어 냈다. INTAC은 지난해 2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5개국과 마약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 주도로 출범한 협력체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망을 본격 가동해 A씨의 은신처, 체류 동향, 생활 패턴, 주변 인물 등을 탐색하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결국 국정원은 현지 정보망을 통해 지난달 A씨 소재 관련 결정적 단서를 입수했고, 분석 결과를 캄보디아 경찰에 제공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잠복수사에 착수, 지난 16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 빌라에 은신해 있던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한국 수사망을 피해 은신해 있던 캄보디아에서도 한국에 마약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A씨 은신처에선 2만3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700여g이 발견됐다.

압수된 마약에는 푸른색으로 인공착색된 신종 필로폰도 포함됐다. A씨는 남미 조직이 코카인에 고유 문양을 새기는 점과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영감을 얻어 본인 만의 '시그니처 필로폰'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레이킹 배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화학교사가 필로폰을 제조해 유통하며 마약 범죄 세계에 뛰어든다는 내용으로, 파란색 필로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A씨는 중국과 한국에 해당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살폈고, 중국보다 반응이 좋은 한국에 대량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범죄조직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필로폰 공급총책 중국인 A씨(38).(국가정보원 제공)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필로폰 공급총책 중국인 A씨(38).(국가정보원 제공)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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