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피지컬 AI' 등 딥테크 기업이 주도했다. 정부 정책금융과 민간 벤처캐피털(VC) 자금이 'K-NPU'와 차세대 메모리 기업에 집중되면서 대형 투자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21일 더브이씨(The VC·한국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두나무 구주 인수 딜을 제외한 올해 투자금 10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 라운드 13건의 합계는 2조 45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AI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 CXL 기반 지능형 메모리 기업 엑시나가 유치한 금액은 1조 2420억 원으로 전체의 50.7%를 차지했다. 리벨리온 6400억 원, 퓨리오사AI 4000 억원, 엑시나 2020억 원 순이다.

리벨리온은 6400억 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국민성장펀드 2500억 원과 산업은행 500억 원 등 정책성 직접투자 3000억 원, 미래에셋그룹이 주도한 민간 투자 약 3000억 원, 기존 투자자의 신주인수권 행사분 등이 포함됐다. 이번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3조 4000억 원이다.
리벨리온은 확보 자금을 대규모 생성형 AI 추론용 차세대 NPU '리벨-100' 양산 확대와 해외 사업 확장에 투입한다. 이달에는 일본 AI 기술 기업 ai&와 협력해 도쿄 데이터센터에 자사 NPU를 탑재한 랙형 AI 추론 인프라 '리벨랙'을 배치하기로 했다. ai&는 초기 도입을 시작으로 리벨랙을 최대 1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퓨리오사AI는 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 3700억 원과 산업은행 300억 원 등 4000억 원 규모의 정책성 직접투자를 받기로 했다. 민간 매칭 자금을 포함한 약 8000억원 규모의 프리IPO도 추진 중이다.
퓨리오사AI는 올해 1월 양산에 들어간 2세대 AI 추론 가속기 '레니게이드'(RNGD)의 생산 확대와 해외 상용화, 차세대 NPU 개발에 투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와 협력해 포르투갈 리스본 LS2 데이터센터에 레니게이드 서버를 설치하고 유럽 고객의 제품 성능 평가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에는 싱가포르 법인을 세워 아시아태평양 사업·영업·기술지원 거점으로 삼았다.

엑시나는 CXL 기반 메모리 중심 컴퓨팅 기술을 앞세워 시리즈B에서 1억 3500만 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2000억~2020억 원을 유치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주도한 라운드로 기존·신규 벤처캐피털(VC)과 금융기관이 대거 참여했다.
AI 모델이 대형화할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메모리 수요가 커진다. AI 칩 성능뿐 아니라 CXL 기반 메모리 확장·공유, 데이터 이동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AI 추론 성능·전력 효율을 겨냥한다면 엑시나는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병목 완화를 노린다.
초저전력 피지컬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도 약 3000억 원을 목표로 시리즈D를 진행 중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딥엑스의 프리머니 기준 기업가치는 약 2조 8500억원으로 거론된다.
딥엑스는 저전력 NPU를 기반으로 로봇·산업기기·모빌리티 등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미국 스마트글라스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과 저전력 신경망처리장치(NPU) 탑재를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기반 착용형 기기에서 전력 소모와 발열을 낮추면서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작업이다.

생성형·피지컬 AI 기업도 10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 유치 행렬에 합류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4월 1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1차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생성형 AI 기업 최초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에 올랐다.
제조 현장 투입을 목표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홀리데이로보틱스는 15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영상 AI 기업 트웰브랩스는 영상 인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1억달러, 약 1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다만 이들의 투자 유치가 양산·상용화와 매출 성장, 수익성 개선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AI 반도체 기업은 설계 성능뿐 아니라 양산 역량, 소프트웨어 호환성, 데이터센터 고객 검증,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차례로 입증해야 한다. 피지컬 AI와 로봇 기업도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기업 고객 매출과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검증과 사업화 가능성을 갖춘 일부 딥테크 기업에 수천억 원 단위 자금이 집중되면서 국내 VC 시장의 투자 단위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 자본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만큼 향후 양산 성과와 해외 수주, 고객사 확대, 매출 성장 등에서 평가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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