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경쟁이 정부 지원과 공공 레퍼런스 확보를 넘어 해외 고객·파트너로 확장하고 있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국내 대표 신경망처리장치(NPU) 3사가 나란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에 지정되면서 국산 NPU의 공공시장 수주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의 'ATOM-Max AI 서버 및 ATOM-Max 카드',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 및 NXT RNGD 서버', 딥엑스의 '저전력 엣지 컴퓨팅 가속용 AI 추론 모듈'(DX-M1·DX-H1 시리즈) 등은 각각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 제품'으로 지정됐다.
지정 제품은 지정일로부터 3년간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다. 1·2차 연장을 거치면 기간은 최장 6년까지 늘어난다. 지정 제품은 조달청이 올해 총 839억 원 규모로 운영하는 혁신 제품 시범구매사업의 구매 대상에도 포함된다. 개별 NPU 기업의 실제 구매액은 별도 시범구매 선정과 수요기관 매칭을 거쳐 결정된다
수요 기관의 구매 담당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해당 제품 구매로 발생한 손실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구매면책을 적용받는다.
이 제도는 국산 NPU의 절대 성능 우위나 매출을 보증하는 성능 인증이 아닌 공공조달 진입과 초기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이 초기 상용화 단계의 국산 AI 반도체를 시범 활용하거나 실제 업무 환경에 도입할 때 수의계약 등 조달 경로를 열고 구매책임자의 부담을 낮추는 장치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정의 실질적 성패가 향후 계약서와 현장 운용 데이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본다. 공공기관별 계약 건수와 계약금액, 납품 장비의 실제 가동률과 추론 성능, 장애 대응·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포함한 유지보수 계약, 후속 증설 수주 등이 시장성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리벨리온은 6400억 원 프리IPO를 통해 약 3조 4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후 미국을 포함한 해외 데이터센터·AI 추론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톰맥스 카드·서버는 리벨리온의 확장형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복수 NPU를 묶어 운용하는 구조다. 리벨리온은 이를 통해 약 80억 개 매개변수의 8B급 모델부터 약 700억 개 매개변수의 70B급 모델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벨리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국산 NPU 기반 공공 AI CCTV 전환' 사업에서 경상남도청과 울산광역시 CCTV 관제센터의 서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8월부터 두 지역 CCTV 관제센터에 아톰맥스 공급을 시작했다.
KT가 선보인 'KT NPU LLM Station'은 리벨리온의 아톰맥스에 KT의 독자 개발 LLM '믿음 K 2.5 Pro'와 운영 API 플랫폼을 통합한 기업용 소버린 AI 어플라이언스다.
SK텔레콤의 경우 아톰을 탑재한 서버를 에이닷 전화 통화요약, PASS 스팸필터링, PASS 금융비서, 엑스칼리버 등에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해 왔다. 양사는 시험 결과를 토대로 아톰의 성능 강화판인 아톰맥스를 이들 서비스에 상용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퓨리오사AI는 국민성장펀드와 민간 자금 기반의 8000억 원 안팎의 프리IPO를 추진하며 2세대 칩 레니게이드(RNGD) 양산과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RNGD가 삼성SDS의 NPUaaS에 탑재되며 구독형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퓨리오사AI는 아울러 미국 AI 인프라 기업 I/ONX HPC 및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사 벨록스와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의 15메가와트(MW)급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단계로 레니게이드 1800장을 공급하고, 확장 과정에서 8800장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고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업용 AI 서비스 환경에서 TCO(총소유비용)를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엑스의 DX-M1·DX-H1 제품군은 대규모 중앙 데이터센터보다는 카메라, 로봇, 산업 장비, 엣지 서버 등 현장 가까이에서 AI 추론을 수행하는 엣지 AI 시장을 주요 적용처로 삼는다.
딥엑스는 국방부의 'NPU 기반 지능형 영상감시체계 시범 구축 사업'에 따라 공군기지 AI 경계감시체계 구축 사업에 DX-H1 기반 AI 연산 플랫폼을 공급한다.
회사는 또 DX-M1 양산 후 10여개 국가·지역에서 77건, 13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구매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4~7월에만 전체 주문의 약 62%인 48건이 집중됐다. 딥엑스는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차세대 NPU 'DX-M2'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혁신 제품 지정을 통한 국내 공공 레퍼런스 확보가 해외 데이터센터와 민간 AI 인프라 시장의 실제 수주로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K-NPU가 동일 조건에서 GPU 대비 전력 소비, 총소유비용, 지연시간, 처리량, 장애 대응, 소프트웨어 호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여줄지가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제품 지정을 통한 3년의 수의계약 기간은 국산 AI 반도체가 독자 생존력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라며 "첫 납품으로 안정적 운영과 유지보수, 추가 발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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