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주요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이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수출 확대를 위해 공공 인프라에서 대규모 실증 기회를 넓히고 해외 개념증명(PoC) 비용을 지원하는 '수출 바우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칩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대규모 서비스 처리 이력과 장기 품질보증, 현지 기술지원 역량이 부족하면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이 초기 수요처로 나서 국산 NPU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이를 해외 수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 등 주요 팹리스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행사에는 하이퍼엑셀·망고부스트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참여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증"이라며 "글로벌 고객사와 실증을 확대하고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 자사를 포함한 국산 NPU 생태계가 가야 할 길"이라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 공공 인프라의 조달·평가 기준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격과 호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 AI 가속기 단위의 실제 연산 성능, 전력효율, 서비스 안정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 대표는 "안방에서 실제 트래픽을 장기간 처리하는 기회가 보장돼야 해외 고객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국산 NPU 기반 공공 AI CCTV 전환' 사업을 통해 지난달부터 경상남도청과 울산광역시 CCTV 관제센터에 서버형 NPU '아톰맥스'(ATOM-Max)를 공급하고 있다.
과기부와 NIA는 올해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해 총 116억 8000만 원을 투입, 경남·울산·한국도로공사 등이 운영하는 CCTV 약 1만 8100대를 AI 기반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공공 실증을 넘어 정부가 수요 자체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대표는 "AI 반도체는 많은 연구개발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수요를 기다리기보다 과감하게 우리 AI 반도체를 대규모로 배치해 시장을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2030년까지 확대가 추진되는 약 8.5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국산 NPU를 선제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는 수출 초기 단계에서의 비용 장벽을 짚었다.
조 상무는 상반기 기준 13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해외 대기업은 3년에서 10년에 이르는 품질보증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엔지니어 채용과 시차 대응, 해외 전시회 참가 등도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고정비 부담이다.
딥엑스는 해외 수요기업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K-AI 반도체 수출 바우처'를 제안했다.
수억 원이 필요한 초기 PoC 비용을 지원해 수십억원대 본계약으로 연결하고, 현지 테스트베드와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런타임 최적화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상무는 "반도체는 처음에는 대량으로 주문하지 않고 수백 대 단위로 시작하지만, 한 번 채택되면 주문이 열 배까지 늘어난다"며 "국산 NPU를 초기 도입할 때 구매 부담을 덜어주면 성능과 유지보수를 둘러싼 해외 기업의 의구심을 실사용 경험으로 해소할 수 있다. 수출 바우처가 NPU 주문을 10배로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국산 NPU를 범정부 AI 서비스에 적용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NIA는 지난달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 총 100억 원 규모의 NPU 서버 25대 도입 계약을 맺고 이를 정부 부처가 활용할 AI 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도 국산 NPU 상용화의 중요한 시험대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 인프라를 통해 스타트업·학계·연구기관이 대규모 AI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고, 국산 NPU의 개발·검증·상용화가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실제 워크로드를 토대로 성능과 전력효율, 장애 대응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과정에서 개발도구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공공 인프라를 칩·소프트웨어·모델을 아우르는 검증장으로 만들고, 그 결과를 해외 PoC와 본계약으로 연결할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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