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HBM4 양산 확대가 국내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계의 수주 랠리로 번지고 있다.
초기 불량을 걸러내는 웨이퍼 테스터부터 신뢰성을 검증하는 번인 장비,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는 본딩 장비, 이송·분류를 맡는 핸들러에 이르기까지 생산라인 증설에 필요한 투자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검사장비 분야에서는 디아이(003160), 디지털프론티어(497330), 유니테스트(086390)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디아이는 최근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과 중국 법인을 대상으로 총 4건, 1326억 원 규모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디아이의 자회사 디지털프론티어는 SK하이닉스와 6세대 HBM4용 웨이퍼 번인 테스터 공급계약을 맺었다. 총 1960억 원(1월 997억 5000만 원·3월 962억 5000만 원) 규모다.
디아이의 주력인 번인 테스터는 반도체에 고온·저온과 전기적 스트레스를 가해 잠복 불량을 조기에 드러내고 초기 고장 가능성이 높은 칩을 걸러내는 신뢰성 검사 장비다. HBM처럼 여러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는 제품은 개별 칩의 미세한 결함도 전체 스택의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만큼 적층 전에 양품을 선별하는 웨이퍼 번인 장비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니테스트도 5월 291억 6000만 원에 이어 7월 223억 8000만 원 규모의 HBM4 웨이퍼 테스터를 수주했다. HBM4 양산 램프업이 검사 장비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는 고집적 제품이다. 미세한 결함도 전체 스택의 성능과 수율을 좌우할 수 있다. 웨이퍼 단계부터 적층 후 단계까지 검사와 신뢰성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적층 공정에서도 장비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반도체(042700)는 올해 6월 SK하이닉스로부터 442억 원 규모의 'HBM4 제조용 TC 본더 4.5그리핀' 공급계약을 맺었다. TC 본더는 열과 압력을 이용해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접합하는 HBM 핵심 후공정 장비다. 계약 기간은 9월 초까지다.
한화세미텍도 SK하이닉스에 HBM4용 TC 본더를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 확대 과정에서 본더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수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사의 양산 일정도 장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출하를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4 양산 제품을 공급하면서 하반기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수주도 후공정 장비 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테크윙(089030)은 마이크론 메모리 말레이시아 법인과 106억 6800만 원 규모의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1월 3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다. 장비 납품은 11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국내 HBM 투자 확대 과정에서 축적한 검사·핸들러 기술력이 글로벌 메모리 업체의 동남아 생산 거점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다만 장비 수주가 즉각적인 실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장비 반입 뒤 설치와 시운전, 고객사 품질 승인, 검수 절차에 따라 매출 인식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스터·번인·본더 수주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HBM4 증설이 계획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라인 구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라며 "양산 초기 수율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인 만큼 후공정 장비 발주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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