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넘어 양산 데이터 확보 필요"…반도체특별법, '소부장 검증' 시험대

11일 특별법 시행령·특별회계 가동…고객사 팹 수율·가동률 승부처
신뢰성 200억·양산평가 250억…개발품, '첫 수주'로 연결 관건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이 11일 시행되면서 국내 반도체 지원 정책도 기업별 세제·보조금 중심에서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와 특별회계, 클러스터 기반시설 지원을 제도화한 시행령의 성패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개발품이 수요기업 양산라인에 지속 투입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령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기본계획과 실행계획 등 주요 정책을 심의하도록 했다.

산업·재정·과학기술 부처와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특위는 공급망, 투자, 인력 문제를 부처별 사업이 아닌 범정부 의제로 다루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특별회계는 클러스터 조성, 연구개발(R&D), 인력양성 등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뒷받침한다.

클러스터 지원도 제도화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력·용수·도로·폐수처리 등 산업기반시설의 조성·운영 비용을 총사업비의 50~100%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전력 이중화와 용수 공급망 등 공급 안정성 및 산업안전과 직결된 중요 시설은 전액을 지원할 수 있다.

신규 클러스터 지정 때 비수도권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면서 지역의 팹 유치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부장 업계의 관심은 개발품이 실제 생산라인에 진입할 수 있느냐다. 반도체 장비는 단발성 성능 시연만으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율과 가동률, 유지보수, 공정 호환성 등을 장기간 입증하고 후속 발주까지 연결돼야 양산 레퍼런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신뢰성 평가에 200억 원, 양산성능 평가에 2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배경이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계해 생산라인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사업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고객사의 보수적인 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납품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소부장 기업에는 사업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원익IPS와 유진테크, 주성엔지니어링 등 증착 장비사는 차세대 메모리와 선단 공정에서 검증된 납품 이력을 확보해야 한다. PSK의 전공정 장비와 케이씨텍의 CMP·세정 장비도 고객사의 공정 전환 및 투자 일정에 맞춰 채택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시장 환경은 나쁘지 않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HBM을 비롯한 고사양 메모리와 선단 로직 투자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장비 투자도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고객사의 검증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사가 해외 선도 기업과 맞서기 위해서는 첨단 공정에서 확보한 양산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반도체특별법의 성패는 수요기업·장비사·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증, 양산평가와 구매 단계의 연결 등 집행 방식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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