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3중 쇼크]② 나프타→PVC→건자재 연쇄 압박…'휴전' 변수될까

건자재 핵심 원료 PVC 등 수급 균열…중동산 납사 의존 70%
"자재 없어 건설사 납기 못 맞출까 걱정…한 달 내 해결돼야"

편집자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환율, 해상 운임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3高 충격'은 페인트·건자재·인테리어 업계뿐 아니라 플라스틱·포장·부자재와 배달·외식·소매업까지 파고들고 있다. 정부가 '중동전쟁 피해·애로 대응 TF'를 '비상경제 대응 TF'로 격상하고 원부자재 공동구매와 긴급 자금 지원 등 대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기업도 소비자도 버티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發 3중 쇼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짚어봤다.

본문 이미지 -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한국 석유화학 업계의 납사(나프타·Naphtha) 수급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동산 납사 의존도가 70%를 넘는 국내 시장은 공급 병목에 걸리면서 여수·울산 등 주요 산단의 납사분해시설(NCC) 가동률은 60~65%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미국과 이란이 7일(미 동부 현지시간) 전격적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원가 부담 완화의 전환점이 될지 추이를 살피고 있다.

다만 원유·납사 수급이 당장 정상화되는 건 아니어서 납사 수급 차질에 따른 원가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휴전이 2주에 한정된 데다 구체적인 통항 조건도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시내의 한 화공약품 상점에 아세톤 등 화공약품이 진열돼 있다. . 2026.4.7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 시내의 한 화공약품 상점에 아세톤 등 화공약품이 진열돼 있다. . 2026.4.7 ⓒ 뉴스1 김민지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NCC 기업 중 하나인 여천NCC는 지난달 주요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보하고 올레핀 전환 공정(OCU) 가동 중단과 NCC 감산에 들어갔다. LG화학도 납사 입항이 끊기면서 전남 여수 NCC 2공장(에틸렌 80만 톤(t) 규모)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정기보수를 앞당겨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PVC(폴리염화비닐)와 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등의 가격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소재는 납사로부터 얻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원료로 한다.

PVC는 창호·배관·바닥재·인조가죽 등 건설·제조 전반에 쓰이며, MMA는 고급 인테리어 판재와 투명 창·칸막이 등에 활용된다.

본문 이미지 - 단가 인상 안내의 건 공문 갈무리
단가 인상 안내의 건 공문 갈무리

원자재 재고를 쌓을 여력이 없는 중소 건자재 업체들은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일부 바닥재·창호 업체는 PVC 시트 바닥재와 창호 자재 공급가를 5~10% 올렸다. 이달 납품분부터는 추가 인상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브랜드) 가구·인테리어 기업들은 △재고 투입 △수급 조절 △비용 절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수익 방어선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한샘·LX하우시스·KCC글라스·현대L&C 등이 주방·욕실·바닥재·벽지·창호 등의 가격을 평균 5~15% 연쇄적으로 인상한 전례가 있어 납사 수급 차질 지속 시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 업계의 인상 후 철회·조정 국면만 봐도 인테리어 기업이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원가 부담보다 원자재를 구할 수 있을지 더 걱정이다. 5월 이후에도 납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건설사 납기를 맞추기 위해 웃돈을 주고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자재 경우 가격을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자재비 비중이 큰 현장에서는 가격 인상분을 협력사 또는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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