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막대한 건설비와 장기 판매계약 확보 문제에 의회 견제까지 더해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여 온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고 장기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의회 견제로 무리한 투자 압박에 대응할 여지가 커질 수 있지만, 사업이 계속 추진될 경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와 지원 조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참여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고, 투자 시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일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미국 상·하원 다수당을 확보하면서 내년 출범하는 새 의회의 입법·예산 심의와 행정부 감독을 주도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의 압승이 한국과 일본의 대미투자 확약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알래스카 LNG와 원전을 거론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에너지·정부지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청문회와 자료 요구가 확대되고, 에너지 인프라 관련 정책과 재원 운용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는 내년 1월 출범한다.
사업을 뒷받침할 지원 조건이 검증 대상에 오르면 투자 유치와 금융 조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지원과 세금 부담이 달라지면 예상 수익을 다시 계산해야 하고, 사업 일정이 불확실해질수록 투자자가 자금 투입을 결정하기도 어려워진다. 의회 견제가 기존의 경제성 논란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회가 예산과 세제 지원을 축소하거나 환경·경제성 검증을 강화하면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확보된 인허가나 민간 계약을 의회가 일방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연방 상원의원 선거는 아직 승자가 가려지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도 자원개발을 지지해 온 만큼, 지역 선거 결과만으로 사업 향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방 의회의 견제가 실제 지원 정책과 사업 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정치적 변수에 앞서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사업의 걸림돌이다. 알래스카 LNG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 해안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배관과 가스처리·액화시설 건설이 필요해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사가 지난 6월 제시한 전체 건설비 추정치는 445억~545억 달러다. 생산능력 대비 건설비가 미국 걸프만 LNG 사업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마저 확정 사업비는 아니다.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2단계 액화설비·가스처리시설 비용은 초기 견적이어서 설계가 진행되면서 조정될 수 있다. 1단계 배관 사업이 진전되더라도 LNG 수출에 필요한 전체 시설의 비용과 금융 조달 조건까지 확보됐다는 뜻은 아니다.
판매 물량도 예비약정과 본계약을 구분해야 한다. 개발사는 6개사와 연간 1300만 톤 규모의 구매 예비약정을 발표했지만, 지난달 기준 구속력 있는 장기 판매계약은 체결하지 않았다. 금융 조달을 위한 목표는 연간 1600만 톤 규모의 장기 판매계약 확보다. 단순히 물량 차이를 메우는 것을 넘어 기존 구매 의향을 실제 매출 기반이 되는 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장기 구매계약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확보돼야 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며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인허가 지연까지 겹치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투자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화되면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제 지원도 미확정 변수다. 알래스카주의 세제 개편은 지난달 기준 입법이 완료되지 않아 내년 주 의회 논의 과제로 넘어갔다. 이는 연방 의회의 정책·예산 심의와 별도 절차로, 연방 차원의 지원 방향뿐 아니라 주정부의 세제 조건도 사업비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투자 여부와 규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한국의 540억 달러 규모 알래스카 투자를 발표한 뒤 한국 정부가 투자 여부와 금액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투자 유치 발표와 한국의 실제 투자 결정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사업 성사 가능성과 투자 매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 일정이 늦어지면 검토할 여지는 생기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늘어 경제성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라는 전략적 가치만으로 추가 비용과 수익성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지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에 오히려 투자 경제성을 냉정하게 검증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측면이 있다"며 투자 수익률과 에너지 도입 가격, 장기 구매계약의 안정성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호주 등 다른 공급국의 LNG와 경제성을 비교하고, 건설비 상승과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도 검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알래스카 LNG는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와 건설비·판매계약·세제 지원이라는 미확정 조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의회 견제가 실제 지원 축소나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지, 높은 초기 비용을 감당할 투자자와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사업 성사와 한국의 참여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LNG 투자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하고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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