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을철 노동계 투쟁인 추투(秋鬪)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건설현장의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레미콘 운송 노동자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결의대회를 벌였다. 타워크레인에 이어 레미콘 운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콘크리트 타설 등 골조공정이 밀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공급 계획의 준공·입주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현장 분쟁을 조기에 파악·조정할 고용노동부의 노사관계 관리 역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운용과 레미콘 운송은 골조공사의 핵심 공정과 직결된다. 타워크레인 가동이나 레미콘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철근·거푸집 작업과 콘크리트 타설이 연쇄적으로 밀리고, 장비 대기료와 인건비 등 공사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5월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같은 달 31일 임금 총액 8% 인상 등에 잠정합의하며 파업을 종료했다. 파업 기간 전국 2100여 대의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이 이어졌고, 일부 건설현장 공정률은 평소의 20~3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 운송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불거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는 적정 운송단가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8일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서 레미콘 믹서트럭 등 건설장비 80여 대를 동원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조합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현행 회당 7만 3000원 수준인 운송료를 7만 9000원으로 6000원 인상하고, 용차 장비 임대료도 하루 6만 원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타워크레인과 레미콘은 골조공정의 출발점에 가까워 한 번 멈추면 철근·거푸집·콘크리트 타설 등 뒤 공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공기가 밀리면 장비 대기료와 인건비, 금융비용이 늘고 준공 일정에도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이 커진 뒤 위법 여부를 가리는 방식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공기와 비용 손실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현장 단계에서 조정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면서 원·하청 갈등은 산업 현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부터 6월 19일까지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위원회 판단이 끝난 113곳 중 103곳(91.2%)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사용자성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차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원·하청 교섭 촉구 행동을 예고·추진하는 가운데, 원청·하청·장비업체가 얽힌 건설현장도 갈등이 공정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가 현장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원·하청 모두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갈등이 장기화하면 공기 지연과 공사비 상승을 거쳐 주택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대응을 강화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민간 건설분야 유관협회 12곳을 통해 취합한 피해 사례 조사에서는 290개 업체가 1494개 현장의 사례 2070건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공사지연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현장은 329곳이었다. 지연 기간은 최소 2일에서 최대 120일로 집계됐다. 피해액 자료를 낸 118개 업체는 최근 3년간 1686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정부가 수도권 23만 가구+α 공급과 신규 공공택지 착공 기간 단축(68개월→37개월)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공 단계의 핵심 공정 차질은 준공·입주 일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4일 건설현장 노조의 불법·부당행위 가능성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현장 점검을 지시했다. 대통령은 노동조합 활동이 정당한 노동3권 범위의 권리행사인지, 불법·부당행위인지는 구체적 사안별로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은 대통령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점검 지시와 관련해 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에 점검 대상·기간·방식, 적법·위법 판단 기준, 관계기관 공조 계획 등을 묻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건설현장 노사갈등은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원청·하청·장비업체·노조 간 계약과 공정이 맞물린 문제다. 갈등이 장기화한 뒤 단속하는 방식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공정 차질과 비용 부담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현장 점검 지시는 노동부가 그간 건설현장 노사갈등을 어느 단계에서 파악하고, 공정 차질로 번지기 전 어떤 조정 역할을 해왔는지 되짚어볼 계기가 됐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허가 기간 단축까지 추진하는 만큼, 노동부도 개정 노조법 시행 뒤 확대될 수 있는 원·하청 갈등과 건설현장 분쟁에 대해 현장 단속과 사후 판단을 넘어 실효성 있는 조정·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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